[277호]방송위원회 끝없는 파행, 누구 책임인가?

2000-03-22     KFPU
방송위원회 끝없는 파행 누구책임인가



마침내 지난 3월 13일 새 방송법 시행과 동시에 방송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로써 10년을 끌어온 방송법제정 운동도 마침표를 찍게되었고, 방송위원회를 정점으로 향후 방송계의 틀이 다시 짜이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방송법의 핵심으로 방송 구도를 좌우할 방송위원회는 출발부터 파행을 면치 못했다. 사무처 조직 없이 첫 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 사무처는 국가기구인 방송위원회의 결정을 처리하는 '집행기구'다. 따라서 집행기구인 사무처 없이 출발했다는 것은 정부부처가 장관만 있는 상태로 출발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순전히 김정기 위원장을 필두로 한 방송위원회의 무기력증 때문이다. 2월 13일 구성된 새 방송위원회는 방송위원들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낸 게 없었다. 자신들이 워크샵과 공청회를 열어가며 만든 시행령안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발표했지만, 그것이 문광부에 의해 철저히 무시될 때도 한마디 항의도 하지 못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사무처 없는 방송위원회'의 출범이다. 사무처 조직은 방송위원회 규칙으로 제정하게 되어있다. 법률적으로 완벽한 방송위원회의 고유권한인 것이다. 그런데도 방송위원회는 기획예산처에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결국 사무처 조직을 확정하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위원회 노동조합의 전면 총파업은 필연이었다. 김정기 위원장의 무능력과 무소신이 결국에는 사무처를 통째로 날려버렸고, 이것은 조합원들 입장에서 보면 고용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 노조는 3월 11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으
며, 3월 13일날 열리는 방송위원회 현판식과 축하 리셉션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배수의 진을 쳐야만 했다.
한편 김정기 위원장은 노조의 출범식 저지선언에 강경대응을 천명하며 공권력 투입요청이라는 또하나의 악수를 두고 만다. 이는 오히려 노조의 투쟁의지에 더욱 불을 질렀고, 노조원 전원은 감옥에 갈 각오로 3월 13일 아침부터 출범식 저지투쟁에 나섰다. 결국 무리를 인정한 김정기 위원장은 강대인 부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전원과 나형수 사무총장이 모인 자리에서 조합원 고용보장을 약속했고, 이를 다시 전 조합원이 모인 집회장소에서 강대인 부위원장이 발표했다.
노조는 비록 파업을 풀었지만 방송위원회의 파행은 끝이 아니었다. 위원회가 출범한 3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직원들은 임시직도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이것은 앞으로 엄청난 법률적 문제를 야기할지도 모른다), 급기야는 18일부터 '노무제공을 받지 않겠다'는 위원회
측의 일방적 통보를 받기에 이른다.
위원회측은 3월 20일날 직원들을 정식으로 발령내서 사무처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위원회측의 약속을 100%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보면 방송위원회 노조의 진정한 투쟁은 3월 20일부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지만 강한 노조'라는 자부심을 가진 방송위 노조는 그 어떤 상황에도 맞서 싸울 투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3만 언론노련 조합원들이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277호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