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호]숨지고 쓰러지고, 언론노동자 최악상황
2000-06-14 KFPU
언론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 속에서 혹사당하면서 잇따라 숨지거나 치명적인 질환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사례가 급증,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노동환경 개선을 획기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남매일 홍창표 정치부차장이 과로사 했고, 22일에는 한라일보 김동욱 정치부장이 역시 과로로 순직했으며 조선일보는 3명의 기자가 암 선고를 받고 치료중이다.
홍차장은 이날 제28회 일선기자 축구대회 중부일보와 전반전이 끝난 5시35분께 갑자기 쓰러져 대전중앙병원으로 긴급후송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사인은 과로에 따른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이에앞서 한라일보 김 부장도 지난 19일 근무도중 과로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만인 22일 새벽 유명을 달리했다.
조선일보 사회부 이창원기자는 미국 연수중 복통을 호소해 일시 귀국, 진단을 받았으나 지난 25일 췌장암이 간과 혈액까지 퍼져있다는 진단을 받고 삼성의료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이기자는 89년 입사이래 노동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법조팀에서 7년간 근무해왔다. 조선일보는 또 이미 이호준 문화부기자, 모태준 경제과학부기자가 암과 싸우고 있으며 노조(위원장 윤희영)는 지난 3월13일부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세계일보 차미례 문화부장도 암치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아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언론노동자들이 젊은 나이에 숨지거나 각종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격무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 과다음주, 불규칙한 식사 등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특히 살인적인 노동강도 속에서도 전혀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들어 신문사의 무한증면 경쟁이 다시 불붙고, 방송사도 방송시간 연장 등에 따라 업무량은 급증했으면서도 인력충원은 뒤따르지 않고 있어 더욱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손낙구 교선실장은 "특히 사무직의 경우 인력충원 없이 안식년제 도입 등과 같은 노동시간단축은 공염불"이라며 "오늘의 언론무한경쟁시대에는 충분한 유급휴식 등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보장함은 물론, 실질적인 정기건강검진 등의 실현이 노조의 개입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언론노보 283호(2000.6.14)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