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호]겉은 중앙, 속은 삼성

2000-06-24     KFPU
중앙신문 인쇄노조 결성

중앙일보 공문보내 방해


중앙신문인쇄노동조합(위원장 조남영)이 지난 9일 우여곡절 끝에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중앙신문인쇄노조는 지난 3일 조합원 21명의 발기로 결성하여 5일 서울 중구청에 접수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노조만 설립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겠다"며 개별면담을 통한 회유공작을 벌였다.
더구나 중앙일보는 금창태 사장 명의의 공문을 중구청에 보내 "현재 인쇄법인은 중앙기획과 동양기획 두 개로 나뉘어 중앙일보와 무관하다"며 "'중앙일보' 상호를 조합명칭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하다"는 이의를 제기했다.
중구청은 7일 갑자기 "두 개 법인에 하나의 노조는 불가능하다"며 태도를 돌변했으나 언론노련이 동아일보의 사례(동아종합인쇄·안산동아 2개 법인 동일노조)를 제시하며 항의했다. 중구청은 현 신고서 취하와 동시에 새로운 설립신고서를 접수하면 당일 신고증을 교부해주겠다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언론노련은 중재안이 부당하다고 판단, 9일 새벽 임시총회에서 노조명칭 개정안을 상정, 통과시킨 후 중구청에 이를 접수해 결국 9일 오후 5시35분에 '중앙신문인쇄노조' 명의의 노조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련은 중구청의 노조설립 신고증 교부 지연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부터 조합원들과 함께 중구청에 진을 치는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언론노련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인쇄부문을 떼어낸 뒤 노조설립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명칭까지 문제삼은 것은 치졸한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삼성과 분리했다는 중앙일보가 노조설립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여전히 삼성식 경영의 잔재가 남아있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 언론노보 283호(2000.6.14)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