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주방송은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고인의 명예회복에 나서라!
[성명]
청주방송은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고인의 명예회복에 나서라!
그저 방송일이 좋았던 것이 결국 굴레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얻은 첫 직장. 프리랜서 PD라는 허울에도 14년 동안이나 저임금과 온갖 잡무에 시달리면서도 청주방송에서만 일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라는 그의 당연한 요구에 청주방송 사측은 부당해고로 답했다.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려는 소송에서도 청주방송 사측은 제대로 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거짓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렇게 38세의 젊은이가 억울한 생을 마감했다. 며칠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재학 PD의 이야기다.
더 이상 청년노동자의 열정이 왜곡된 방송제작 현장을 지속시키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제작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상파방송 3사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와 함께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를 통해 드라마제작현장의 표준근로계약 적용 방안을 논의 중이고, 올해는 KBS와 MBC, EBS와 함께 ‘방송작가특별협의체'를 구성해 막내작가, 지역방송 근무 작가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고 이재학 PD의 죽음 앞에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오늘(7일) 청주방송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만나 대책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청주방송 사측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청주방송 사측은 즉각 고 이재학 PD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 오늘 면담에서 청주방송 사측은 책임감을 느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단지 말뿐이 아니라면 고 이재학 PD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고 이재학 PD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노무컨설팅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고 이재학 PD의 근로지 지위 확인 재판 과정에서 사측의 부당한 압력이 없었는지, 고인을 비롯한 프리랜서 신분의 직원들에게 간부들의 ‘직장 내 갑질'은 없었는지 노사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 또한 이 위원회에는 유족이나 유족 측 대리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청주방송에는 고인과 비슷한 프리랜서 신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수 있다. 이들의 고용 및 노동조건을 조사하고, 고인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유족, 충북지역노동시민사회단체, 방송사비정규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해 온 주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대한민국 방송제작 현장에서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싸워 나갈 것이다.
2020년 2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