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KBS 세월호 보도통제 이정현 의원 유죄 확정은 사필귀정
[논평]
KBS 세월호 보도통제 이정현 의원 유죄 확정은 사필귀정
정치권력, 경영진의 방송 독립 침해 행위 엄벌, 근절해야
대법원이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하고 통제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방송법 위반 사실을 유죄로 확정했다. 2016년 5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KBS본부가 이정현 전 수석과 길환영 전 KBS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후 3년 7개월 여 만에 나온 판결이다. 언론노조는 방송독립 침해 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첫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
우리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방송독립 침해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2016년 당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비망록, 통화 녹음 내용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KBS의 세월호 보도에 대해 정부에게 불리한 뉴스를 빼달라거나 심지어는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하필 KBS뉴스를 봤다는 말과 함께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국가기간방송의 뉴스를 농단했다.
이렇듯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법률 위에 군림하며 파렴치한 방법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보도를 농단한 권력자들을 엄벌하지 않고서는 언론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 다시는 무도한 권력의 언론 장악이 되풀이되지 않게 이번 기회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정현 전 수석의 말처럼 현행 방송법을 보완해야 한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처벌받았지만,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4조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만일 검찰 해석대로 이 조항이 ‘방송사 외부’만을 규정한 것이라면, 길 전 사장처럼 권력과 결탁한 방송사 임원, 간부들의 방송독립 침해 행위들은 어떻게 방지하고 처벌할 것인가? 검찰은 같은 이유로 MBC 백종문 전 부사장의 방송법 위반 혐의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 같은 법 해석은 방송사 내부의 부역자, 내부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에 따라 방송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내․외부 가릴 것 없이 처벌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방송사의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 권력과 결탁 또는 야합해 공적 책무를 저버린 자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끝으로 이정현 의원에게 바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뜻이 있다면 입장문을 통한 유감 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을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 출마 운운하지 말고 정치권을 영원히 떠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괴벨스’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언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끝.
2020년 1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