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는 방송제작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노력에 찬물 끼얹지 말라!
[성명]
정부는 방송제작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노력에 찬물 끼얹지 말라!
- 특별연장근로 완화는 장시간 무제한 노동체제 정당화할 것
정부가 마침내 사용자들의 요구에 굴복해 노동시간 단축 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과 삶의 균형,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이자 현 정부의 주요 공약,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부는 법률 개정에 따른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 잘 정착되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법 개정 후, 엇박자를 넘어 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추진, 효과 없는 계도 기간 도입과 연장은 사용자들에 면죄부만 주고 장기간노동 체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악이 노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통과가 어렵게 되자 급기야 특별연장근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 규칙에서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요건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자연재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방송사의 경우 자연재해로 인해 방송인프라 시설이 피해를 입은 경우 이를 수습, 회복하기 위한 작업이 포함된다. 즉 공익을 고려해 아주 위급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승인할 수 있다고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 해 7월 23일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관련 지침을 발표하면서 ‘방송시설 피해 등의 방송재난 상황과 함께 재난방송도 위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안내했고, 언론노조는 노동부 장관 면담을 통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바 있다. 그런데 한술 더 떠 ‘기업의 경영상 사유’까지 포함하겠다고 한다. 말이 좋아 기업의 경영상 사유다. 기업들의 무분별한 인력 구조조정(정리해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는 언제든 남용과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언론사들이 최장 주 68시간, 52시간 제도의 단계적 시행에 맞춰 시스템, 관행의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고, 긍정적인 효과 또한 크다. 아직도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고 있는 드라마제작현장의 경우 언론노조와 지상파방송사, 스태프노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드라마제작사협회가 2020년 최장 주 52시간 체제 전면 적용을 전제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방송 산업 현장에서 이토록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고 지원해야 할 노동부나 정부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은 외면한 채 불법만 요구하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특별연장근로인가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나선 게 말이 되는가. 도대체 누가 노동시간 단축에 나서겠는가. 드라마나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노동시간 규정을 제대로 지키려면 그만큼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하고 촬영 일수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 관행을 고치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사나 제작사가 이를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특별연장근로를 요청할 경우 노동부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심지어 특별연장근로는 사후 승인도 가능하다. 이는 비단 방송제작현장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에 고한다. 노동부에 바란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 그냥 잠자코 있는 것이 이 땅의 피곤한 노동자들을 돕는 길이다.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병들고 죽어나가야 정신 차릴 것인가?
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완화를 위한 시행규칙을 개악해 시행한다면 그것은 현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전면 철회, 오히려 개악한 것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정부는 그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끝)
2019년 11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