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은 당장 서울신문에서 손을 떼라

2019-08-02     언론노조

호반건설은 당장 서울신문에서 손을 떼라

 

건설자본의 언론 사유화 욕심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방송사 재원을 빼돌리고, 노사 간 맺은 방송독립 약속을 파기하는 인사 전횡을 벌이더니, 지난달엔 호반건설이 115년 역사의 서울신문 지분을 사들여 3대 주주가 됐다. 문제는 호반건설을 들여다보면 태영건설과 마찬가지로 정직하고 투명한 기업 정신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언론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자 자본 권력이 언론을 쥐고 흔들려하는 모양새다.

 서울신문은 전체 주식의 60%를 기획재정부와 서울신문사 사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이 소유해 사실상 공영언론이다. 이런 서울신문의 주식을 호반건설이 매입한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리소문 없이 이뤄졌다. 기존 주주였던 포스코는 신문사 지분을 매각한 뒤 일방적으로 서울신문 측에 매도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포스코는 과거 공기업이던 포항제철이 단지 보관만 하고 있던 국민주 성격의 서울신문 주식을 정부나 국회는 물론 언론 관련 공공기관 등에 아무런 언질도 없이 몰래 팔아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미 지난해부터 기재부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한국언론학회, 한국기자협회 등과 함께 서울신문 독립추진위원회를 꾸려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서울신문의 독립을 담보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언론 독립과는 전혀 무관한 건설사가 주식을 사들이고 주주 놀음을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는 서울신문 지분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호반건설은 기재부의 서울신문 지분도 사들여 대주주가 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호반건설의 뒤에 이 정권 실세를 참칭하는 자가 있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이며,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사와 언론사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그러니 이윤을 목표로 삼는 건설사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언론사를 소유하려 할 때는 의심의 눈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호반건설의 경우 최근 서울신문의 주주 검증 보도를 통해 부의 편법승계 과정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회사가 공영언론을 소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돈을 가졌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돈 몇 푼 쥐어 주고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쓰라고 언론사가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호반건설은 당장 서울신문에서 손을 떼라.

 이제 언론노조는 정부의 언론 개혁 정책 부재를 넘어 인식 수준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적 재원이 투여된 공영 신문사가 공익이 아닌 사익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그냥 놔두는 게 진정 언론 개혁인가.

 사실상 공영언론사인 서울신문마저 부도덕한 자본에 종속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바른 언론이 존재할 수 있는 토양은 머지않아 모조리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족벌언론과 건설언론만이 남아 그들만의 말잔치를 벌일 것이다.

2019년 8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