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현장 주체들의 변화와 개선 노력도 따라잡지 못하는 노동부

2019-07-18     언론노조
 

 
현장 주체들의 변화와 개선 노력도 따라잡지 못하는 노동부
 ⁃ 7.17 드라마제작현장 근로감독 결과에 부쳐
 
어제(17일) 고용노동부가 KBS 4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요약하면, 제작사와 개별업무위탁계약(프리랜서)을 체결한 조수급 스태프들은 계약의 외형과 달리 근로자에 해당하고, 팀단위 도급계약(턴키계약)의 경우 팀장급 스태프와 조수가 사용종속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턴키계약을 맺은 팀장급 스태프들은 여전히 사장이라는 것이다.
 
 이번 결과 발표를 앞두고 노동부가 고심한 흔적은 역력했다. 여러 논란과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보도자료에 '사용자' 등 사용자 책임을 직접적으로 특정하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고 썼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번에도 결국 진짜 사장을 찾는 대신 애꿎은 팀장급 스태프(도급감독)들에게 사용자 책임을 전가했다.
 
 물론 제작사와 업무위탁계약(프리랜서)을 체결한 조수들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의미 있다. 하지만 스태프노조(희망연대노조)가 이번 근로감독을 청구하게 된 것은 노동부도 알다시피 도급계약을 맺은 팀장급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달라는 취지였다. 도급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규모를 갖추지 못한 팀장급스태프들이 방송사와 제작사의 요구를 이기지 못해 개인사업자등록을 하고 턴키계약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근절하자는 것이었다. 팀장급 스태프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가? 팀장급 스태프들은 시업과 종업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가? 이들이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정하는가? 핵심을 배제한 판단에 대해 노동부는 답해야 한다. 
 
 이미 드라마 제작현장의 주체들은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스태프들에 대한 표준근로계약서 적용에 합의하고 후속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팀장급 스태프들을 포함한 드라마 현장의 다수 스태프들에 대한 보편 적용이라는 큰 방향은 명확히 설정돼있다. 고의적으로 근로계약을 회피하려는 사용자들의 편법과 위법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노동부가 현장의 개선 논의보다 후퇴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행정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그동안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표준근로계약서 적용’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지상파방송사, 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노조 등 현장 주체들과 함께 후속 논의가 흔들림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드라마제작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확보와 드라마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소중한 노력을 돕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지 말라. (끝)
 
2019년 7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