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신문사 대주주들의 구속에 부쳐 통렬한 아픔과 책임을 느낍니다.
2001-08-18 언론노조
[성명서] 신문사 대주주들의 구속에 부쳐 통렬한 아픔과 책임을 느낍니다. 전국 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신문사 대주주들의 구속을 지켜보며 통렬한 아픔과 책임의식을 느낍니다. 21세기가 열린 대명천지에 언론계가 이런 충격적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게 된 데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합니다. 그리고 구속 수감된 3명의 대주주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하며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오늘의 사태는 언론 민주화와 언론개혁을 주체적으로 이뤄 내지 못한 언론인들의 책임이며 그 조직적 주체인 언론노조의 책임이기도합니다. 멀리는 동아투위, 가깝게는 87년 이후의 언론노동운동 이래로 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성취해 내지 못한 결과가 마침내 신문사 대주주들의 집단 구속이라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귀결됐습니다. 언론은 헌법에 규정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이 사회로부터 높은 수준의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그 권한은 권력에 맞서서 그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힘없는 국민들과 시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도록 언론인들에게 부여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권한이 일제 치하에서 건국과 군사독재를 거쳐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자신들만의 특권'으로 변질돼 남용돼 왔다는 것이 우리들의 시각입니다. 권력을 견제하라고 국민들이 부여한 권한을 권력과 결탁해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는데 사용한 것입니다. 이번 구속 사태는 언론의 권한 남용과 특권화에 대한 심판의 결과라고 판단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구속된 대주주들과 그들의 신문사들이 법의 처벌을 겸허하게 수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아울러 정부와 검찰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둡니다. 다수는 아니지만 국민들 중의 일부는 이번 사태를 정치 권력에 의한 언론 장악의 수단이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리고 언론노조도 검찰이 한국일보의 사주들을 구속하지 않은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정치적 거래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이번에 사주가 구속된 언론사들은 반성, 자숙과 함께 대주주들로부터 편집과 경영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 구속에서 벗어난 다른 신문 방송사의 사주들도 편집과 경영에서 자발적으로 손을 뗄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언론노조는 오늘의 사태를 치열한 반성의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언론인들이 나서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공명정대한 언론을 만들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오늘과 같은 언론계의 불행을 막는 길이라는 교훈을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이제 언론은 스스로 변화해야 합니다. 언론이 정치권력과 시민단체로부터 개혁대상으로 몰려 대주주들이 한꺼번에 구속된 수치를 씻어야 합니다. 언론에게 요구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최고 수준의 도덕성'을 회복해야합니다. 언론인들이 주체로 나서서 이번 사태를 이 사회와 역사가 요구하는 개혁을 수용해 신뢰받고 존경받는 언론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합니다.2001. 8. 17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