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한나라당은 공당의 금도를 지켜라
2001-04-23 언론노조
[성명] 한나라당은 공당의 금도를 지켜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그동안 현직 언론인들의 언론개혁 운동을 정면으로 거부해 온 한나라당을 '한 줌 언론 족벌의 나팔수'라고 비판하기 전에 언론개혁의 문제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여 애써 정치권에 대한 목소리를 자제해 왔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한나라당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우리들의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신들의 명칭처럼 한나라의 공당이고 원내 제1당이며 또 직전 정권의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 비방을 일삼고 중상모략을 하는가하면 몇몇 언론 족벌의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자신들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저급하고 천박한 언어를 폭력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한나라당이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당으로서의 도덕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유권자로서의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한겨레신문에 대해 정부로부터 족벌체제를 공격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비방으로 언론인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이로 인해 이회창 총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MBC를 근거 없이 정권의 나팔수로 매도하는 폭언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공영방송들이 편파적인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거나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공영방송을 '시정잡배'로 매도하는가 하면 공영방송의 보도에 대해 '의원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발언 내용과 어휘 선택이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신문개혁 문제와 관련해 공공의 이익을 부정하고 극소수 언론 족벌들의 사적 이익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면서 언론자유 지켜준다는 거짓 명분을 내세우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에 한겨레신문에 이어 MBC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기의 입장과 다른 보도를 하고있는 신문과 방송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가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당리당략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 같은 행태는 또한 월간 '말'지 최근호에 실린 것처럼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대선을 위해 언론을 특히 방송을 완전히 장악하려 했다는 언론대책문건에 나타난 구시대적 발상을 아직 그대로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언론노조는 이 같은 한나라당의 행태가 그 동안 공정방송을 위해 오랜 투쟁을 벌여온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노력을 모독하는 것은 물론 전체 언론인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고 있다고 규정한다. 동시에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한국당의 뒤를 이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언론자유에 관한 한 불과 몇 년 전까지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지난 정권에서 자신들이 공영방송에 간섭과 통제를 일삼은 행위에 대한 반성도 없이 정권의 나팔수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자기부정이며 누워서 침 뱉기라는 점을 지적해 둔다. 이회창 총재에게 촉구한다. 더 이상 몇몇 언론 족벌들과 결탁하여 대통령이 되려는 구차스러운 생각을 버려라.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된다 한들 무슨 정치를 제대로 하겠는가? 그리고 한나라당은 나라 전체를 부끄럽게 하는 저급한 폭언을 중단하라. 그리고 더 이상 시대적 사명을 외면하지 말고 언론개혁의 역사적 흐름에 동참하라.2001. 4. 23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