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모리총리의 독도망언을 묵살한 KBS에 경고한다

2000-09-27     언론노조
모리 일본 총리가 KBS와의 특별회견에서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망언을 했으나 KBS는 지난 21일 밤 10시 '일본 모리 총리에게 듣는다'는 특별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이 내용을 삭제했다. 일본의 최고 통치권자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직접 주장한 것은 한일외교사 초유의 일이다. 제작진은 삭제 이유로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하루 앞두고 이 내용이 방송될 경우 정상회담에 미칠 악영향과 국익을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KBS의 태도를 지켜보며 몇 가지 의혹과 비판을 제기한다. 먼저 이번 망언삭제 파문은 박권상 사장 취임이후 날로 확연히 드러나는 권언유착의 실증적 산물이라는 점이다. KBS노보가 불방 외압이 불거졌던 '추적60분' CP의 교체를 지켜보며 'KBS에는 순치된 자만 살아남는가'라고 지적했듯이 우리는 최근 일련의 사태가 권력과의 영합, 거기에서 얻어지는 사적이익에서 비롯됐으며 이번 파문도 그 연장선상에서 빚어졌다고 본다.둘째 KBS의 빈약한 민족적 주체의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매향리와 한미행정협정 보도에서 "미군을 폄하하려했던 것은 아니다"고 드러낸 KBS 경영진의 미국에 대한 굴욕적 모습, 또 망언삭제에서 보여준 일본에 대한 비겁한 대응은 KBS의 사시가 '사대주의'가 아닌가 의심케 한다. 또 하나 언론의 기본적 책무를 저버리는 책임의식의 방기이다. 모리 총리의 망언은 정상회담을 겨냥한 의도적 도발이라 생각되는데, KBS는 그 내용을 뉴스로 즉각 보도하여 공론화하고, 일본과 방일하는 김대통령에게 국민적 정서를 각인시켰어야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KBS의 태도는 문제의식을 상실한 우매한 발상이다. 우리는 도발적 망언을 내뱉은 모리 총리의 도전행위를 규탄하는 동시에 일본 눈치보기에 급급한 김대중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며, 정권과 스스로 유착하는 KBS의 굴종적 자세를 강력히 경고한다. KBS는 즉각 삭제된 망언을 방송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2000. 9. 27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