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성명]중앙일보는 위장폐업을 철회하고, 노조원 123명을 전원 복직시켜라.
2000-09-16 언론노조
기자협회는 작금의 중앙일보 사태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중앙일보 복귀 직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홍 회장은 지난 1일 중앙일보에 복귀했다. 이후 중앙일보를 인쇄하는 (주)중앙기획과 (주)동양기획은 노조에 대해 지난 4일 단체협상 부속합의서를 통해 산별노련 불참, 언론노련과의 관계단절 등 상식 이하의 합의문 서명을 종용하더니, 노조가 합의문 서명을 거부하고 파업과 산별노련 참여를 결의하자 7일 위장폐업한데 이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일에는 노조원 123명 전원을 집단 해고했다.
중앙일보 측은 또 중앙신문인쇄노조가 집단 행동에 들어가자 'J-Printing'이라는 회사를 새로 설립해 10여명의 사원을 신규로 채용해 인쇄하는 한편, 12일 홍필호 부사장을 보내 '조영남 노조위원장의 퇴사'를 조건으로 계약직 전원의 정규직화, 해고된 조합원 122명에 대한 고용보장에 합의해 놓고는 15일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된 안 자체를 파기하기까지 했다.
기자협회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또 한번 절감한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해내기 위해서는 권력과 정부까지도 서슴없이 비판하고 견제해내야 하는 언론이 이렇듯 비윤리적 '농간'과 '만행'을 자행하면서 어떻게 언론 본연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신문의 족벌 사주는 경영권과 편집권, 인사권을 장악하고 황제처럼 군림하며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을 전횡해 왔다. 이번 중앙인쇄 사태는 족벌 언론의 반사회적 폐악과 국민을 우습게 보는 안하무인의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자협회는 이번 중앙인쇄 사태를 단순한 노조 탄압이 아닌 불법적 노조 말살 만행과 반사회적·비윤리적 언론 파행 경영으로 보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력히 촉구한다.
■ 중앙일보에 대한 기자협회의 요구
- 중앙일보는 위장폐업과 집단해고를 즉각 철회하라.
- 중앙일보는 산하 20여개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자유로운 노동조합활동을 보장하라.
2000년 9월 16일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