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디지털 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한다
2000-08-02 언론노조
디지털 가전산업을 국가의 주요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 21 세기 정보지식사회의 선진 대열에 진입하기 위한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방송을 위한 전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9월부터 본격적인 시험방송을 개시하며 2001년에는 수도권지역에 본 방송을 실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채택하려고 하는 디지털 방송의 기술방식에 있어 총체적인 국가이익이나 시청자편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정통부가 결정한 방식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디지털 방송의 방식은 미국방식〔ATSC〕과 유럽방식〔DVB-T〕그리고 일본이 독자 개발한 방식〔ISDB-T〕이 있다.
미국방식은 저출력에 고화질이 가능한 반면 이동수신이 불가능하고 실내수신에 취약한 결정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또 난시청의 문제를 야기하며 단일주파수망이 불가능한 단점이 있다. 반면 유럽방식은 이동수신과 단일주파수망이 가능하고 실내수신에 강한 반면 고화질에 약하고 고출력이 요구되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미국방식은 국제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미국 지상파의 25% 정도를 점유하고있는 싱크레어 방송그룹에서 기술적 단점을 이유로 방식의 재검토를 방송통신위원회(FCC)에 요청하는 등 미국내에서도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미국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대만, 한국뿐이며 유럽과 호주, 동남아, 중남미 여러 나라는 유럽방식을 택하거나 택할 예정으로 있다.
대만도 애초에는 미국방식을 채택하였으나 연말까지 유럽방식을 병행 테스트하여 그 결과를 보고 방식을 결정키로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선호되고 있는 유럽방식에 대해서는 기술적 테스트 한 번 없이, 난시청과 이동수신이 불가능한 기술적 결함이 드러나고 있는 미국방식만을 고집하는 정통부의 태도는 국익을 추구하는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디지털 기술정책을 주도해온 정통부는 지금이라도 국익과 시청자편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방식을 전면재검토 하여야 한다. 기술수준이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유럽방식에 대한 비교 평가작업 한 번 없이 미국방식을 강행한다면 이는 많은 오해와 억측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방송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디지털 방식의 문제를 정통부의 결정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폐단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시청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난시청의 문제는 치명적인 사안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시청자의 편익을 져버리는 일이 없도록 보다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방식의 채택은 향후 막대한 투자비용 결국 국민부담이 수반되는 문제일뿐 아니라 국가의 기간산업인 방송통신의 장래를 결정짓는 일이다. 충분한 기술적 검토없이 정해진 일정에 꿰맞추기 위해 첫 단추를 잘못끼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정통부는 지금이라도 디지털 전환 방식에 대한 충분하고 투명한 기술적 비교 검토 후 정책결정을 하여야 한다.
방송위원회 또한 시청자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 결정이 되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을 다하라.
혹여라도 정통부가 우리의 이런 합리적인 요구를 외면한다면 전 방송노동자들은 물론 사회적 저항에 봉착될 수밖에 없다.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즉각 반영되어 불행한 사태가 미연에 방지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0. 8. 2
전국방송노조협의회
(KBS노조·전국MBC노조·EBS노조·CBS노조·방송위원회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