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권호경 사장의 방북은 치욕이다

2000-07-19     언론노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국내 언론사 사장단이 8월15일부터 8일간 북한을 방문한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2개월만의 일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사장단은 남북언론의 공동취재와 언론인의 상호방문, 특파원 교환문제 등을 북측과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러한 논의들이 구체적 성과를 얻으면서 그동안 우리 언론에 투영되어 왔던 북에 대한 편협하고도 적대적인 시각이 교정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방북 사장단 50여명 가운데 CBS 권호경 사장이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생각과 행동거지가 굴욕적이며 반통일적이기 때문이다. 괜히 한사람이 전체의 명예와 위상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옳다.
권호경 사장은 지난 96년 8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에서 '획일체제인 북한 당국은 아직도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꾀하고 있다'는 겉모습과는 다른 반통일적 시각을 드러냈었다. 또 '축 총선승리 화분사건' '대통령에 대한 잇딴 충성편지사건' 등 정치권력에 스스로 굴종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개인의 영달을 위해 언론을 악용한 대표적 인물로 비난받아 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권호경씨가 이미 언론사 사장으로서 품위 또는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해 그의 즉각 사퇴를 촉구해 왔고, 사장단 방북문제가 첫 논의되던 지난 6월20일 방송협회장 앞으로 권씨의 배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우리는 46년 정론에 앞장서온 CBS의 대표자격으로 권씨가 방북 길에 오르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정부당국은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남북 화해 협력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권씨를 방북단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한다. 동시에 권씨에 대해서도 자신의 처신을 깊이 반성하고 방북을 스스로 포기하며 사장자리에서 물러나기를 강력히 주장한다.
만약 권씨가 방북 길에 오른다면 그것은 우리언론의 치욕이다.


2000. 7. 19.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