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언론족벌 해체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
2000-06-01 언론노조
현대그룹 대주주 정주영씨 부자 3명의 퇴진은 신선하다. 그것은 한국최대재벌의 족벌체제에 대한 종식을 고하는 것으로 이른바 '황제경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정씨 부자의 배후조종이나 복귀를 의심하고 있지만, 일단 전근대적 체제를 정리하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현대그룹의 모습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사태가 재벌개혁을 넘어 언론개혁의 시발이 돼야하며 특히 언론의 족벌경영 근절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언론의 족벌세습체제는 봉건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주식의 24%를 인촌기념회가 소유하는 것을 비롯, 김병관씨 일가가 66%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일보는 3세 장중호씨를 위시해 98.8%를 장씨 일가가 독식하고 있다. 조선일보 역시 방상훈 사장 등 방씨 일가가 86.6%를 소유하고 있고, 국민일보는 조씨 부자가, 전남일보는 이씨 일가가 주식을 독점하는 등 한국 언론의 대부분이 족벌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족벌의 폐해는 족벌기업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언론족벌의 해악은 그 요체가 편집권의 붕괴이며, 편집권의 전횡으로 말미암은 부의 탈취이며, 부도덕한 부의 축적이며, 불법적인 부의 세습이다. 그것은 족벌의 이익을 위해 권력의 창출과정에서부터 철저히 개입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소소한 편파·왜곡보도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우리사회 전체를 망치게 하는 병든 뿌리이다.
현대사태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족벌언론 근절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언론개혁이 가장 시급한 일이며 그 핵심이 족벌언론의 해체에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이를 위해 족벌세습 체제로 이뤄진 전 언론사에 대해 즉각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언론의 소유구조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정간법의 즉각 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0년 6월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