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BS제주방송도민의방송으로! 파업 15일차(4.1) 소식
2015-04-01 언론노조
JIBS제주방송도민의방송으로! 파업 15일차(4.1) 소식[노설] ‘기본’을 말할 자격, 과연 누구에게 있습니까 : 우리가 파업에 나선 진짜 이유파업에 나선 지 보름째, 연삼로는 활짝 핀 벚꽃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는 아프고 특별한 ‘4월’을 맞이합니다.“무엇 때문에 파업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방송사의 파업하면 공영방송의 ‘낙하산 부역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 파업’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JIBS는 쟁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딱 잘라 “이것 때문입니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정확히는 쟁점이 너무 많아 하나 하나 나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13년의 울분’으로 상징되는 이번 파업의 핵심 요구는 지상파 최저 수준의 노동조건과 방송제작환경,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축적한 유보금의 신사업 투자 등을 바로잡자는 것입니다. 경영진은 “임금 좀 올려달라는 것 아니냐”며 이번 파업의 배경과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13년간 청춘을 바쳐 오늘 날의 JIBS를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태풍과 폭우를 뚫고 취재 현장을 누비고 돌아와도 회사에 씻고 쉴 곳 하나 없어 자동차에 젖은 몸을 맡겼습니다. 때론 밤을 지새우며 일해야 하는 지하 편집실에는 그 흔한 공기청정기 하나 없었습니다. 어느 여성조합원은 유산 후 3일만에 출근해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단체협약도, 근로기준법도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자랑스러운 JIBS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양보하고, 희생을 감내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희생의 결과는 320억에 달하는 유보금 누적과 회사의 흑자 행진뿐이었습니다. 수익이 쌓여도 협찬을 받지 않으면 프로그램 하나 제작하기 어려운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직전에 맺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협약도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 지역의 주요 사안에 대한 편향된 보도 행태에 지역시민사회는 등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바로잡을 내부의 정화 장치가 마련되고 작동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파업 기간 내내 지역사회 곳곳을 누비며 낮은 목소리들과 만났습니다. 뼈아픈 질책과 제대로 된 방송 만들라는 격려를 동시에 받았습니다.방송노동자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결단해야 했습니다. 제주도민과 시청자들에게 신뢰받는 지역 지상파방송으로 JIBS를 바로세우고, 최소한의 공적 책임을 다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파업에 나섰습니다. 지역이고, 민영이고, 정치적 쟁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싸움의 결과로 다시 ‘지역방송’과 ‘민영방송의 공적 책임’이 공론화되길 바랍니다.5월 31일 JIBS 창사 13주년 기념일은 ‘JIBS의 공정방송위원회’가 출범하는 날이 될 것입니다. 사옥 벽면에 걸려있는 대형 펼침막에 남긴 ‘기본’은, 경영진도 대주주도 아닌 방송노동자, 바로 ‘우리’가 지켜낼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