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8년 전 그날로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2022-04-16     언론노조

8년 전 그날로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날로부터 8년이 지났다.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 뿐 아니라 ‘왜 국가가 희생자를 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참사 1주기 행사에서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며 강제 진압에 나서더니, 누더기로 만든 특별법으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까지 강제 종료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내리던 날, 세월호는 올라왔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다시 한 해가 흘렀다. 2020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던 여당은 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조사위의 결론은 더디기만 했다. 작년 4월. 살아남은 이들은 사라지지 않는 상흔과 망각의 두려움에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다시 일 년이 지났고 조사위 발표가 한 달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는데,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책임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대통령 당선자는 바로 그 집에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표했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의 부모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요구안을 인수위에 전달해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지난 5년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해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안전진단 보고서가 나와도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고 아파트가 쓰러졌다. 안전 불감증의 현장에 전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더 싼 자재, 더 싼 임금으로 한 푼이라도 이익을 남기려는 자본의 탐욕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죽음은 이어졌고 기업은 건재했다. 세월호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은 유령처럼 여전히 우리 곁을 떠돌고 있다.

8년 전 어버이날. 유가족이 아이의 영정을 들고 밤새 걸어 도착했던 공영방송사와 청와대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공영방송 사장이 유가족 앞에서 허리 숙여 사과한 후 해임된 그 때, 우리에게는 지금도 벗어날 수 없는 불신과 혐오의 시간이 시작됐다. 경주마의 눈가리개 같은 출입처, 상명하복의 보도국, 언제라도 오보를 낼 수 있는 포털의 속보 경쟁은 8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반성과 노력만으로 바뀌지 않았던 8년 동안 우리는 저널리즘 교과서 너머 거대한 장벽을 마주했다.

그 장벽 너머에는 자신들의 책임을 덮고 공영방송에 파견한 대리인들에게 수시로 지시를 내리던 권력이 있었다. 청와대 안에 칩거하며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언론 통제 지시를 빼곡히 적었던 수첩, 해경 수색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에 개입하던 청와대 홍보수석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그가 며칠 전 전남지사에 당당히 출마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달 뒤 여당이 될 정당의 사람들, 며칠 전 그 정당이 주최한 공영방송 토론회에서 서로를 격려하던 사람들, 언론의 입을 막으려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은 8년 전 오늘을 기억하고 있는가. 조사를 방해하고 언론을 호도하던 적대적 공생의 양당체제는 8년 동안 얼마나 바뀌었는가.

8년 전 그 날로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전원 구조라는 거짓을 말하던 순간으로, 청와대 전화 한 통에 움추리던 보도국으로, 희생자의 보험금을 뻔뻔하게 계산하던 그 날로 우리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8년 동안 반복해 온 반성을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됐다. 4월 국회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한 발짝이라도 내디딜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4월 국회는 두 정당이 나눠갖던 기득권을 해체하고 귀환을 바라는 그날의 부역자를 막아 낼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다. 8년 전 그날처럼 자신의 안위에만 눈이 멀어 이 시간을 방해할 어떤 이들도 우리는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2022년 4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