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논평] ‘몰염치’는 누구 몫인가
지난 10일 조선일보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입을 빌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몰염치”한 사람으로 몰았다. 윤석열 정부에게 부담을 주는 ‘문재인 정부 인사 알 박기’라며 한 위원장 등을 떠민 것. 11일 TV조선도 한상혁 위원장 같은 “기관장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더 괴로운데 “새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 보고서를 쓴 뒤 소속 기관장에겐 결재받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현상이 “행정 서비스 비효율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갈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탰다.
정말일까. 방통위 간부에게 “결재받을 엄두도 못 내는 일이 잦냐”고 물어봤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답변. “정책 기조가 많이 바뀌지 않아” 그럴 일이 없고 “일부 우선 순위가 바뀌기는 하지만 정부가 바뀌었다고 정책이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하면 나라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업무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방통위) 내부는 조용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매체가 한상혁 위원장을 잇따라 흔들었되 방통위는 흔들리지 않은 셈. 이러쿵저러쿵할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도 들렸다.
방통위는 지난 2008년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공익성을 높이고 국민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삼아 출범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독립적 운영을 보장’ 받은 게 15년째다. 독립 운영을 보장하려고 위원장 임기도 3년으로 정했고. 3년 동안 눈치 보거나 흔들리지 말고 온전히 독립해 일하라는 뜻이었다.
길은 갈 탓이요 말은 할 탓이라 했다. 같은 말이라도 ‘3년 동안 독립한 합의제 행정기관장’에게 염치가 없다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여야가 바뀌었다고 옛 합의를 잊은 채 길을 허투루 가면 안 될 일이다. 오로지 ‘방통위 독립 운영을 보장하는 힘’만 쓰라. TV조선은 재승인 조건을 성실히 지킬 일이고.
오해할까 싶어 짚는다. 우리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지난 2년간 펼친 방송통신 규제 행정에 비판받을 대목이 적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그를 흔드는 건 갈 길 아니요 할 말 아니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와 산자부 산하 기관장들의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퇴출시킨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었을 때 길길이 뛰며 “법을 지키라”고 목청 돋운 정당과 매체는 대체 어디인가. 실형 선고와 검찰 수사를 이끌어 낸 목청 말이다. 이제 묻자. 정파 욕심 가득한 ‘몰염치 주장’은 대체 누구 몫인가.
2022년 6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