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조 혐오 매체··· 냉철히 자중자애할 때다

2022-07-11     언론노조

 긴 장마에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가 들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이 쿠팡 본사에서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는 둥 농성이 아니라 “행패”였다는 둥 한국경제와 문화일보가 사실과 동떨어진 보도·사설을 낸 것.
 커피를 두고 술이라 했으니 오보인데 속히 바로잡기는커녕 이치에 닿지 않는 말 ━ “행패” ━ 까지 덧대면 곤란하다. 사실 확인과 조합원 반론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보도한 걸 두고 ‘정론’이라 일컬을 수 있는가. 스스로 ‘공정 언론’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 함께 언론 보도 기본부터 다시 짚어 보자”고 타일러야 할 듯해 몹시 씁쓸하다. 
 지난 6일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고문은 급기야 “괴물, 민노총”이라 했다. 장마 길어 후텁지근하고 열대야 이어져 힘들어도 여울 건널 칼럼은 냉철히 써야 하지 않나. 낱말도 신중히 골라야 하고.
 6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6%나 올랐지만 최저임금 시급은 여태 1만 원을 넘지 못했다.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는 지난해보다 겨우 5% 오른 시급 9620원으로 50.7% 오른 경윳값와 37.8% 치솟은 감자값을 견뎌야 한다.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9.6%나 올랐다.
 임금보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 살림살이가 무거워지게 마련. 하여 민주노총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급 9620원과 산입범위 확대 개악이 더해져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올 1분기 도시 거주 중산층 노동자 가구마저 실질 소득이 줄어 집안 살림 형편이 나빠졌다. 사정이 이런 걸 한국경제 논설실에서도 짚어 보긴 했을 텐데 어찌 ‘이학영 칼럼’ 속 민주노총은 “괴물”이요, 최저임금은 “속이 뻔히 보이는 ‘귀족 밥그릇 타령’”일 수 있었을까. 부디 냉철히 ━ 치우치지 않고 침착하며 사리에 밝게 ━ ‘최저임금’을 다시 짚어 보길 바란다.
 우리는 오랫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나 자본가를 위한 ‘비용 절감에 경도된 보도와 칼럼’으로 광고주에게 아첨하는 매체를 보며 가슴 쓰렸다. 하지 말아야 말과 쓰지 말아야 할 글을 광고와 바꾸는 일에 서슴지 않는 이를 ‘언론인 동료’라고 일컬을 수 없어 가슴 아팠다.
 자중자애할 때다. 시급 1만 원도 되지 않는 일터에서 오랫동안 짓눌린 노동자 앞에 겸허히 서라. 제대로 듣고 올바로 전할 때가 됐다. 더 늦기 전에 말과 글을 삼가 신중히 하라. 

2022년 7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