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가짜뉴스' 타령으로 권력의 무능을 가릴 수는 없다.
[성명]
'가짜뉴스' 타령으로 권력의 무능을 가릴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발언과 이달 6일 신문의 날 기념대회 축사를 통해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까지 와해시킨다”며 우려를 표했다. 겉만 보면 그다지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일사불란한 조치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의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팬덤특위)는 극단적 정치 현상의 원인으로 1인 미디어를 지목해 유튜브의 언론중재 대상 추가와 ‘가짜뉴스’ 규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11일에는 국민의힘의 새 원내 지도부가 첫 일성으로 가짜뉴스와 악의적 정치공세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행보는 자가당착 그 자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권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빌미로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언론노조의 강력한 반대 투쟁에 무임승차해 언론자유 투사인 척 목청을 높였다. 이제 여당이 되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이 반대했던 ‘언론중재법 시즌 2’를 만들어 비판언론을 옥죄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언론탄압이라며 날뛰다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불편해 하는 ‘가짜뉴스’를 더 엄정히 처벌하자며 조변석개하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작태는 권력과 야합해 언론표현의 자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안쓰러운 수준이다. 모두 선택적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양 자신들의 과거 행보와 발언들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민주당 집권 시절부터 정치적 편향에 입각해 비판언론을 옥죄고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력히 비판하며 반대투쟁을 주도해 왔다. 또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당한 저널리즘까지 싸잡아 ‘가짜뉴스’로 규정해 공격하는 행위야 말로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는 행위임을 일관된 원칙으로 비판해 왔으며, 동시에 언론 피해 예방과 구제를 강화하면서도 언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강력한 통합 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촉구해 왔다. 이러한 입장을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와의 면담을 통해서도 전달한 바 있다.
합리적 개선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집권과 동시에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을 획책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느닷없이 ‘가짜뉴스’를 탓하며 언론통제의 빌미를 찾는 이유는 자명하다.
노동조합에 대한 끝도 없는 허위사실 유포로 노동개악을 시도하다 여론의 저항이 커지고, 연이은 외교참사, 무능국정으로 민생위기가 가중되고 지지율이 폭락하자 비판언론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반전을 꾀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8월, 유력 대선 후보 신분으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권력비리가 은폐되고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이라며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노조는 윤 대통령에게 윤 대통령의 말을 되돌려 드리고자 한다. 집권 1년도 안된 권력이 은폐하고 가려야 할 치부가 얼마나 되길래 ‘가짜뉴스’ 타령하며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충고한다.
민주당이 지금의 당신들과 똑같은 일을 하다가 정권을 잃은 게 불과 1년 전이다. 포털장악을 위한 신문법 개악시도, ‘가짜뉴스’ 핑계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공영방송 장악을 노린 정치표적 감사 등 언론통제와 방송장악을 위한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
‘가짜뉴스’ 타령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권력의 무능은 국민의 삶에 투영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진실은 드러나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공수를 교대해 가며 언론자유를 공격해 이득을 취하려는 낡은 정치가 민주주의를 좀 먹고 있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권력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
2023년 4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