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민주언론실천상에 ‘기자다움’ 한가득

오마이뉴스·SBS·KBS 취재진 공동 수상

2023-04-13     언론노조

 “요즈음 같은 시절에 권력이 언론에게 어디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나요. 언론이 기업 눈치를 보는 것도 다 옛날 얘기이겠고요.”

 그렇지 않다. 요즘 권력은 법률 쓰는 기술로 사장 자리를 노리고, 예나 지금이나 자본은 물밑 인사 개입 따위로 기자에게 두려움을 심는다. 기자가 편집·편성권 독립과 민주 언론 실천 뜻을 더욱 굳게 다져야 할 까닭이다.

 2023년 3월 민주언론실천상에 ‘권력과 자본 횡포에 맞선 기자다움’이 가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공원로 13 KBS본부에서 2023년 4월 회의를 열어 세 연속 보도 오마이뉴스 <권력에 고발당한 기자들>, SBS <작전명 ‘모차르트’···SK의 수상한 파트너>, KBS <일본 외무상 등 ‘강제 동원 부정’>을 3월 민주언론실천상 수상작으로 뽑았다.

 

▴2023년 3월 15일 오마이뉴스 <권력에 고발당한 기자들 ③ ‘공적 영역 취재’ 무시, 수사 기관 나서 기자들 압박> 편

 

 

 “현 정부의 언론 탄압 실태와 언론 자유 문제를 잘 내보였다. 권력이 싫어하는 기사를 장려할 필요가 있는데 때가 때인 만큼 수상할 자격이 있다.”

  신상호 오마이뉴스 기자는 지난 3월 10일부터 23일까지 열사흘간 다섯 차례에 걸쳐 대통령실과 법무부 들의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언론인을 조명했다. 6개월여 동안 재판과 수사를 겪는 여러 기자가 어떤 어려움에 놓였는지를 잘 비췄다.  

 김재경 민주언론실천위원(MBC)은 “권력 감시는 기자의 본분”이라며 “이에 충실한 기자들이 정치·검찰 권력으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것 역시 기록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동오 민실위원(YTN)도 “권력에 고발당한 기자라는 시의성 높고 이색적인 주제로 당사자 인터뷰와 현황 분석을 통해 완성도 있게 보도했다”고 짚었다.

 

▴2023년 3월 7일 20:06 <SBS 8 뉴스>

 

 

 “취재가 어려웠을 텐데 꼼꼼히 보도했다. 자본의 그 어떤 행위도 언론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거듭 알게 했다.”

 SBS 끝까지판다팀은 지난 3월 7일과 8일 이틀간 여덟 꼭지를 모아 ‘SK가 물밑에서 자본 시장을 어지럽힌 의혹’을 전했다. SK가 여러 기업을 직접 사들일 수 있었음에도 굳이 알케미스트를 거래 중간에 끼운 까닭과 6870억 원대 펀드 운용에 따른 수익 배당을 맡은 기업이 영국령 조세도피처에 적을 둔 유령 회사일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관련 회사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에 힘을 실어 의혹을 물낯 위로 끌어냈다.

 이영재 민실위원(연합뉴스)은 “정치 권력은 공적 영역에 있어 대체로 언론 감시에 노출돼 있지만 사적 영역에 속하는 자본은 언론 감시망을 빠져나가기 쉽다. 각별한 노력과 관심 없이는 언론이 자본을 제대로 감시하기 어려운 이유”라며 “언론이 금융 지식 부족으로 자본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SBS 보도는 고무적이다. 꼼꼼한 자료 분석과 현장 취재로 대규모 자본 거래의 불법 의혹을 제기해 그 어떤 행위도 언론의 감시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봤다. 박구인 민실위원(국민일보)도 “재계 서열 2위인 SK의 부적절한 거래 행태를 장기간 취재해 밝혀 냈다”며 “언론이 자본에 쉽게 휘둘리는 시대라는 말이 나오지만 SBS 취재팀은 굴하지 않고 거대 자본에 맞서 감시자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10일 21:04 <KBS 뉴스 9>

 

 

 “발품으로 일군 단독 보도였다. 한일 회담 실체를 알려 파급이 컸다. 권력이 감추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정조준한 점에 무게중심이 있다.”

 지종익 KBS 기자는 지난 3월 9일부터 20일까지 열하루간 한일 회담 앞뒤로 일본 내각 속 ‘한국인 강제 동원 부정’ 흐름을 꾸준히 짚었다. 한국 정부가 덮고 싶고 몇몇 언론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게 무엇인지를 일본 외무상과 중의원 입으로 들려 줬다.

 류란 민실위원(SBS)은 “양국 정부가 진행해 온 관계 개선 논의 내막과 실체를 명확하게 드러낸 수작”이라고 봤다. 서병립 민실위원(KBS)도 “한일 정상회담 관련 일본 정부 진심에 대해 심도 있게 문제 제기한 특파원 보도로써 칭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일 관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일본의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한 인식을 검증해야 했습니다. 일본 측 인식이 어떤 식으로든 노출될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일본 내각 핵심 인사들의 공식 일정에 대한 추적 취재를 다각도로 진행하던 중 일본 쪽 경로를 통해 두 인사의 발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공개성이 매우 높은 자리에서 기사 가치가 큰 발언이 나왔는데도 일본 언론은 단 한 곳도 보도하지 않았고, 국내에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문제의식을 못 느꼈다기보단 공기를 깨는 보도는 기피하는 관성 때문이었을 겁니다. 일본 언론에서 저널리즘의 면모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 언론이 더 열심히 취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KBS 일본지국 특파원이어서 시상식에 올 수 없는 지종익 기자가 보내온 수상 소감이다. 시상식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다.

 

 

2023년 4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