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고용노동부는 출판분야 근로감독을 즉각 시행하라!
언제까지 노동법 사각지대로 둘 것인가
고용노동부는 출판분야 근로감독을 즉각 시행하라!
우리나라 출판산업 규모는 세계 10위 안에 든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 규모 중 가장 큰 산업이 출판산업이었다. 사업체 수, 종사자 수, 부가가치액에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오래 전부터 사양산업으로 불려왔던 점에 비춰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외주제작은 30%에 육박한다. 다단계 하도급 중간착취, 예술인고용보험 미적용 사례가 빈번하고 양극화도 심각하다. 노동법을 회피하기 위한 출판사의 꼼수에서 비롯된 결과다.
노동법 회피는 출판산업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동조합협의회(이하 출노협)가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출판노동 요구안 설문 결과’에 따르면 출판노동자 상당수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소득을 얻고 있다. 계약서 미작성 및 고용보험 미가입도 수두룩하다. 이는 출판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대접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출판산업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없다. 이른바 ‘3무’다. 휴일이나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도 없고, 계약서 미작성에 대한 실질적인 불이익도 없다. 갑질과 미지급을 비롯한 작업비 체불에 대해서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는 미비하다. 콘텐츠산업 최대 매출액 분야라는 출판업계에서, 출판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권리’는 끝내 외면되어 온 것이다.
이에 요구한다.
하나. 출판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라. 출판재직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만 출판외주노동자는 ‘프리랜서’로 분류된다. 출판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출판노동자들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대상에서 배제시키고 결국 사회안전망 바깥으로 내몰리게 한다.
하나. 많은 출판사들이 행하는 근로계약서와 외주계약서 작성 회피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더이상 방관하지 말라. 적절한 대가 없이 주 52시간 이상 일하고 싶은 노동자는 없다. 보상 없는 장시간 연장 근로는, 출판노동자와 출판산업을 병들게 할 뿐이다.
하나. 출판노동자에 대한 최저 생계를 보장하라. 조사에 따르면 출판외주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연 2,400만 원 이하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작업비 지연과 체불도 다반사다. 정당한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하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노동자들을 옥죄는 부조리를 엄단하라. 출판산업에 만연해있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문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포괄임금제로 대표되는 ‘공짜노동’ 역시 출판산업을 피폐하게 할 뿐이다.
출판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은 더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노동에 대한 문제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그 시작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어야 한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괴롭힘, 불공정채용’의 5대 불법과 부조리 근절을 위한 ‘2023년 근로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출판노동은 정부가 발표한 5가지 불법과 부조리에서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열악한 노동환경, 불법이 난무하고 있는 지금의 출판노동시장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정부에 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필요하다면 특별 근로감독으로라도 불법과 부조리를 엄단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출판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이다. 이미 언론노조 내에는 7개 출판사에 재직하는 노동자들과 서울경기지역 출판노동자 포함 총 330여 명의 조합원이 있다. 이 중 4개 지부에서 2023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언론노조는 재직노동자든, 출판외주노동자든 구분 없이, 도서 출판에 대한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단 한 명의 조합원이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섭을 시작해나갈 것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힌다.
좋은 책은 사람들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좋은 책 출판은 공정한 노동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출판노동자들의 공정한 노동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출판분야에 대한 근로감독을 즉시 이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고용노동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2023년 6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동조합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