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출판교섭에 나서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하라!

2023-09-06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출판교섭에 나서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하라!

 

우리나라 출판산업의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 만큼 거대하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콘텐츠산업에서 매출액 규모가 가장 큰 산업 역시 출판산업이다. 그런데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주 제작은 30%에 육박한다. 이는 출판사 내부의 고용을 최소화하고 책 생산을 외부화하면서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결과 산업의 규모에 비해 출판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2023년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가 실시한 ‘출판노동 요구안 설문 결과’에 따르면, 출판사 재직 노동자의 경우 81.8%가 가산수당을 받지 못하고, 51.3%가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포괄임금제의 악용과 불법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주 노동자의 경우 불합리한 작업 단가와 작업비 체불 문제가 심각했으며, 계약서 작성 비율은 46%, 예술인고용보험 가입 비율은 단 2%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언론노조는 출판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출판사용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단체교섭을 요구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출판계의 대표적인 사업주단체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년 출판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출판사 수는 7,274곳으로 나타났는데, 9월 현재 출협에 회원사로 참가하고 있는 출판사는 4,345개에 이른다. 사실상 국내 출판사의 절반이 출협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출협 역시 출판계 대표단체임을 자임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정부는 이미 출협을 출판사용자단체로 지목해왔다. 예술인고용보험 제도 논의 때 출판분야 사측으로 지목된 사업주단체가 바로 출협이었다. 출판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출판노동 요구안 설문 결과’에서 응답자의 84.9%는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출판노조와 사용자(또는 사용자단체)의 교섭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74.2%는 출협과의 단체교섭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니 출협은 회피하지 말고 책임 있게 교섭에 응해야 할 것이다. 

하나. 출판분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출판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불법이 난무하고 있는 노동현실에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노동관계법과 예술인 관련 법에서 배제되는 출판노동자에 대해 그동안 노동조합은 표준근로계약서 마련, 예술인복지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적용, 예술인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의 가입,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 등 다양한 법제도적 대안을 제시해왔다. 지속가능한 출판산업, 출판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노, 사, 정이 함께 논의를 시작해보자고 했다.

출판계 만족도 조사에서 출판노동자의 절반만이 만족한다고 답을 했다. 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책이 싫어질까 두려워 출판계를 떠난다고 한다. 책 만드는 노동자들이 유령처럼 떠돌다 떠나는 출판계에 도대체 어떤 미래가 있을 것인가? 

출협과 문체부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어떻게든 버텨내며 책을 위해 오늘을 살아내는 출판노동자들이 내일도 모레도 여전히 남아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출판 노동현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다시 한번 촉구한다. 출협은 단체교섭에 나서라! 문체부는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라! 

 

2023년 9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동조합협의회

 

 

※ 사진자료 ☞ https://bit.ly/3EttD6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