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10.29. 참사 1년, 국가의 부재에 우리는 묻는다.
[성명]
10.29. 참사 1년, 국가의 부재에 우리는 묻는다.
2022년 10월 29일. 온 국민이 절대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 될 참사를 겪었다. 그날 그 시각을 전후한 구청과 경찰, 그리고 위험을 경고했던 모든 목소리들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직도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 모두가 할 일을 다했다고, 모두가 책임을 다 했다고 변명만 할 뿐이다. 용산경찰서장은 보석으로 석방됐고, 용산구청장은 구속을 피했으며, 서울경찰청장은 기소마저 되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365일이라는 기간 동안 국가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사회적 참사가 낳은 비극 속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왔는가.
이태원 참사 현장을 취재하며 고통을 호소하던 언론노동자 또한 피해자였다. 그 현장을 수습하던 경찰과 소방공무원, 시민들 역시도 피해자였다. 희생자의 숫자인 154명은 단지 숫자일 뿐이다. 희생자 한 명은 가족, 친구, 동료, 시민으로 맺어진 수많은 관계들의 작은 세계다. 현장에 있었던 언론노동자, 일선 경찰 등 공무원, 그리고 시민까지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세계가 무너졌는가.
그러나 희생자에 대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을 위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여당 국회의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며 또다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상처를 안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존재 이유임을 가슴 깊이 새겨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나 잘 인지하고 있는 대통령은 참사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국민에게 고통을 떠넘겨 왔던 것이다. 지지율 회복에만 매달려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정치집회’ 성격이라며 불참을 통보한 윤 대통령은 참사의 원인은 국민의 안전불감증이 아닌 국가의 부재임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국가가 침묵한다고 우리 역시도 침묵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지난 1년. 우리는 얼마나 집요하게 묻고 끈질기게 파헤치며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의 눈과 귀를 대신해 왔는가. 권력의 감시와 비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이후에도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와 함께 걸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국가의 의무이기 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