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공영방송을 극우 놀이터로 만든 박민은 물러나라

2023-12-21     언론노조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을 두고 ‘후안무치’라고 했던가. ‘불공정 편파보도’에 대국민 사과한다며 허리 숙였던 박민의 KBS가 극우관변 언론인단체 시상식에  대관을 지원하고 홍보와 보도에도 나섰다. 지난 KBS 내부 소식에 따르면 20일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주최 ‘대한민국 언론인 대상' 시상식은 외부 단체의 행사임에도 내부대관으로 진행됐고, KBS 보도본부에 의해 취재 및 기사 작성이 지시됐으며, 행사 당일에는 ‘7시뉴스'에 단신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올 3월 언총은 창립기념식에서 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절대 다수의 언론인이 참여한 현업단체를 ‘좌파', ‘친야세력'으'로 규정하며 출범했다. 당시 고대영, 김장겸 등 박근혜 정권 언론장악의 하수인 역할을 하며 공영방송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옛 이름들까지도 참석해 뻔뻔스럽게 축사를 읊었다. 두 전직사장들은 이번 시상식에서는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에는 언론장악과 공영방송 파괴에 여념없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의 축하도 이어졌다. 이도운 홍보수석이 윤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고 YTN 보도국장・정치부장 시절 편파 보도로 YTN을 망가뜨린 주범이자 현업에서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으로 직행해 대표적 폴리널리스트로 지목되어온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도 ‘감개무량'하다며 거들었다. 이들은 비판언론 탄압과 위헌적 검열의 도구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 타령'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박민 KBS가 극우 단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안, KBS는 점점 더 망가져가고 있다.  18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KBS의 한 라디오제작부장은 “하드한 시사에 2노조 진행자를 쓰는 것은 아니다, 약간 이런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거거든요. 임원 이하 간부 사이에”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에 의해 장악된 KBS 수뇌부가 체계적・조직적으로 언론노조 KBS본부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박민 사장 체제 하에서 KBS 본부 소속 언론인들이 보도와 관련없는 부서로 보내지고 있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자 노조법 위반이다. 윤석열 정권이 억지로 강행한 수신료 분리 고지는 여태 징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신료 분리 고지 덕에 발생한 경영위기를 타개하겠다며 여당의원들조차 납득하지 못할 막무가내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박민 사장이 허리를 숙였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 언론장악 세력에 보내는 환영과 굴종의 표시였다. 합리적 평가와 최소한의 토론도 없이 애써 만든 보도들이 하루아침에 ‘불공정 보도'로 낙인 찍히게 된 KBS 종사자들의 울분과 정권의 공세에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공영방송 KBS의 미래는 정권에 조아리기에 급급했던 그의 안중에는 없었다. KBS가 어떻게 되든, 자신을 사장으로 만들어준 정권에만 충성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을 테다. 

 

박민에게 경고한다. 아무런 비전과 실력도 없이 KBS에 내리 꽂혀진 당신 덕에 국민의 방송 KBS는 점점 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KBS를 한 줌 극우세력의 놀이터로 만들며, 시대착오적 독재를 획책하다 침몰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 보이지 않는가. 취임 한 달여 만에 낙하산 박민은 왜 그토록 많은 언론인과 상식적 시민들이 그를 반대했는지 몸으로 이유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KBS를 망쳤던 낙하산 사장의 말로는 한결같았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KBS를 떠나라. 

 

2023년 12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