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심판의 총선은 끝났다. 이제는 지역의 시간이다.

2024-04-12     언론노조

심판의 총선은 끝났다. 이제는 지역의 시간이다.

 

‘입틀막’ 정권에서 치뤄진 ‘묻지마' 총선이 끝났다. 어느 때보다 모든 지역구 정당 후보들은 정권 심판, 이•조 심판 등 심판의 칼춤에 몰입했다. 지역 공약에서는 오래 묵은 정책 과제거나 국회의원이 장담할 수 없는 공약(空約)만 반복됐다. 지역구에서 이겼다는 환호는 175분의 1이거나 108분의 1로만 의미가 있다. 이번 총선에도 지역구의 승리는 있었지만 지역의 목소리는 없었다. 지역에 연고 하나 없으면서 전략 공천을 단행하는 등 지역을 무시하고, 지역을 권력을 위한 장기판 말 하나로 보는 거대 양당의 행태를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4,419만 명의 전국 유권자 중 3,586만 명의 지역 유권자는 그저 거대 양당이 각자 외치는 심판에 동의하는 숫자로만 보였는가. 제 22대 총선을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의 9개 지역협의회(강원, 경인,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 부울경, 전북, 제주, 충북)는 3월 18일부터 각 지역의 시도당과 후보자들에게 지역 언론과 미디어의 위기를 극복할 정책들에 대해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응답률이나 응답 수준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 어떤 답변도 보내오지 않았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많은 경우에 중앙당의 모범 답안을 그대로 베껴 보내왔다. 자기 지역의 미디어 산업 구조와 노동 조건, 구체적으로 필요한 정책 등을 분석하고 제시한 후보자나 시도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실히 답변을 보낸 소수 정당들이 있었지만 이 정당 후보 다수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기이한 선거다. 정작 지역 언론에 관심을 보인 후보는 표를 얻지 못하고 지역 언론을 선거 운동 수단으로만 본 후보들만 승리했다.

22대 총선의 충남 지역 당선인 중 어떤 이가 사주의 편집권 침해와 각종 전횡으로 망가진 지역 언론 디트뉴스24를 언급했는가? 경기 지역 당선인 중 어떤 이가 파주를 중심으로 한 출판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요구에 응답했는가? 2022년 기준 자연재난 피해가 가장 컸던 경북, 경기, 충남 지역 어떤 당선인이 지역 재난 예방과 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았는가?

당선 확정의 환희에 취해 있을 당선자들에게 묻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9개 지역협의회가 각 지역 시도당 총선 후보에게 던진 질의를 살펴보라. 다수 질문은 지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방법, 지역 재난을 보도하는 지역언론의 역할과 지원 방법,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 등 지역에 꼭 필요한 질문들이었다.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등이 속한 전국언론노동조합 9개 지역협의회는 여야 당선인 모두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지역 방송•신문•출판의 규제와 진흥 정책 모두가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구 의원이라면 지역의 구체적인 과제를 들고 국회에 입성하여 중앙정부의 책임과 지방정부의 의무를 명확히 하면서 즉각 실현 가능한 지역 언론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이번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각 정당 당선인들은 6월 22대 국회 개원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9개 지역협의회 의장과의 면담에 나서 답하지 못한 질의에 성실히 답하라.

둘째, 22대 국회에서 구성될 언론 관련 상임위, 즉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모든 위원은 원 구성 즉시 지역협의회 의장단과의 면담에 나서라.

당선의 기쁨은 잠시 뿐이다. 각 지역 당선인들은 심판과 응징만을 부르짖던 목소리로 4년의 임기를 채울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를 낮추고 지역민과 지역언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 선택하라.

 

2024년 4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