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통령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들, 언론은 책임을 다하라

2024-05-08     언론노조

내일(9일), 윤석열 대통령이 1년 9개월만에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집권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영수회담을 개최하는 등 ‘불통 이미지’ 극복을 위해 대통령실이 표면적으로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권 비토 여론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총선 참패와 영수회담 이후에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을 장악할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럴 생각 없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뒤에도 사상초유의 EBS 검찰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곧이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는 칼럼을 쓴 극우 인사가 EBS 부사장에 임명돼 EBS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편파적 정치심의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방송사에 대한 무더기 법정 제재를 남발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심의 대상도 아닌 일부 신문의 유튜브까지 검열하려는 불온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7일 정부가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 주요성과’ 자료집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몰염치한 인식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자료집은 공영방송 재원구조를 파탄에 이르게 한 수신료 분리고지를 ‘재원의 투명성·공공성 제고를 통한 방송의 공적책임 강화’로 설명했고,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두고서는 ‘공영방송의 공정성・공익성 강화를 도모한 노력’이라며 자찬했다. 지난 3일 국경없는 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180개국 중 62위라고 평가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현재진행형 언론장악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렇듯 윤석열 정권은 언론장악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도 또 한번의 기획된 ‘쇼통’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렇기에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집요하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정권의 행태를 비판하고 모순을 드러내야 한다. 대통령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것들을 빠짐 없이 질문해 민주주의 후퇴와 국격추락을 초래하고 있는 언론 표현의 자유 말살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국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내일 대통령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언론들이 언론 현안과 관련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들을 제시하고, 대통령의 답을 얻어낼 것을 요구한다.

 

하나, 일방적 수신료 분리고지,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불법 해임, YTN 졸속 매각, 방심위와 선방심위의 보도 검열 등 공영방송 장악・언론탄압의 구체적 실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국정조사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물어야 한다.

 

하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3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대통령의 인식을 묻고, 22대 국회에서 재입법이 이루어질 경우 거부권 행사를 포기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하나, ‘풍자동영상’ 제작자 및 유포자에 대한 경찰 수사 등 정권의 표현의 자유 탄압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묻고, 수사대상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거둘 뜻이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하나, 윤석열 정권 들어 방송장악과 언론자유 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해임, 해촉해 언론정책 방향과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하나, 지역소멸과 풀뿌리민주주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지역 방송・신문에 대한 공적 지원 계획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하나, 출판, 방송작가, 프리랜서 아나운서 등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불안정노동 실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확인하고, 중간 착취 근절 방안과 비정규직에 대한 공적 지원 계획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국민적 심판을 자초한 윤석열 정권의 실패는 '입틀막'을 통해 질문을 봉쇄한 언론탄압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불통과 역주행의 2년이 가능했던 것은 권력의 위세 앞에 국민을 대신한 질문의 의무를 방기한 언론과 언론인의 책임 또한 무겁다. 

 

진정한 소통은 김치찌개 파티 따위가 아니라 권력과 언론의 치열한 긴장과 토론이 바탕이다. 사상 최악의 언론자유 파괴와 민주주의 후퇴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하는 언론인들의 책무를 실천에 옮겨 질문을 봉쇄당한 2년, 질문하지 않은 2년의 장막을 남김없이 걷어내 버려야 한다.    

 

2024년 5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