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적반하장’ 대신 대화의 문을 열라

2024-05-24     언론노조

 “권력과 자본, 정파 카르텔로부터 방송을 독립시켜 중립성을 회복하는 것이 향후 미디어특위 핵심 과제가 될 것.”

 23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상휘 위원장이 한 말이다. “특정 시민 단체와 이념 단체들이 방송계를 장악하며 카르텔을 형성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방송의 본질과 역할을 왜곡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이라며 “이념과 정파 이해를 배제하고 법과 원칙, 상식에 기초한 방송 운영과 보도 환경을 조성하는 정상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옳은 말 일색 아닌가. 과거 방송 장악 전과자를 앞세운 관변 언론단체 출신 인사들이 윤석열 정권, 극우 뉴라이트 진영과 카르텔을 형성해 방심위, 선방심위, 공영 방송 이사진을 무더기로 장악하고 위헌적 국가검열을 부활시켜 방송의 본질과 역할을 왜곡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대한민국 언론 자유를 시궁창에 몰아넣고 있으니 말이다. ‘이념과 정파 이해를 배제하고 법과 원칙, 상식에 기초한 방송 운영과 보도 환경을 조성하는 정상화 작업’이야말로 정권만 바뀌면 공영 방송을 전리품처럼 다루며 ‘못 먹어서’ 안달하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해 온 언론노조의 핵심적 주장이다. 

 한데 ‘시급한 정상화 작업’을 주도할 인물이 대통령 술친구로 KBS에 내리꽂혀 공영 방송을 난장판으로 만든 박민과 YTN을 과거 악몽으로 몰아넣는 김백이요, 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에 부역하고 노조 탄압으로 노동법 위반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한 김장겸 같은 인물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와 역사 저널 <그날>을 가로막고, YTN <돌발 영상>을 지운 걸 ‘정상화’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MBC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나머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에 처해진 자에게 방송 독립 특별 책무를 맡기는 걸 ‘정상화’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둑이 되레 매를 든 꼴이니 아무리 미사여구와 교언영색으로 꾸며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인물들을 앞세워 언론 정책의 독재 회귀를 부채질하는 것을 정상화라고 우겨 대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실 인식이라면 국민은 총선 참패 회초리를 넘어 다음은 수구 보수 궤멸의 몽둥이를 들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 정책은 ‘입틀막’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1년 만에 폭락한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로 국격 추락을 초래함으로써 완전히 파탄났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 발언은 총선 이후 진보 보수 언론을 망라해 지속되는 반체제적 국가 검열과 시대착오적 방송 장악 행태를 정당화하고 이어가겠다는 보수 정권 자폭 선언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가야 할 길은 생각이 다른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빨갱이 딱지부터 붙이는 낡고 음습한 방향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모든 국민에게 헌법적 권리로 부여된 언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히라. 방송 장악으로 정권 심기 관리와 집권 연장이 가능하다는 망상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합리적 대안으로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길로 정책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 국힘 미디어특위의 최우선 책무다. 눈앞 방송 장악을 위해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방송3법 개정 작업을 방해한다면 몇 년 뒤엔 거꾸로 당신들이 거리에서 방송 장악·언론 장악 타령을 늘어놓지 않겠는가. 그것이 현행 방송법 체제가 가둬 놓은 필연적 운명이다.

 국민의힘에게 요구한다. 지금이라도 전국언론노동조합을 포함한 언론계 주요 당사자와 합리적 대화 창구를 열어라. 비판과 의견을 경청하고,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보장을 위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의 장에 복귀하라. 정부 여당이 진심 어린 ‘방송 독립 기치’를 든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건설적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 

 

2024년 5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