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수신료 헌법소원심판 판결로 헌법재판소는 헌정 질서를 수호하라
작년 7월 위원장이 공석이었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두 명의 상임위원이 공영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지 열 달이 지났다.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 국민까지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 네 달 여 만에 내려진 방송 장악의 신호탄이었다.
수신료 분리고지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권은 어떤 정권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돌이킬 수 없는 미디어 공공성 해체를 밀어붙이고 있다. KBS 장악, TBS 조례 폐지, YTN 청부 민영화, MBC•CBS 등 언론사 뿐 아니라 시민이 제작한 풍자영상까지 ‘입틀막’에 나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 심의까지. 47위에서 62위로 추락한 한국의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언론 자유 추락의 신호탄이 되었던 공영방송 수신료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했다. 이 결정은 방통위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기각이냐 인용이냐 이상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되었던 박근혜 정권을 돌아보라. 국정농단의 징후는 임기 내내 법률을 무력화헀던 시행령 개정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권은 어떠한가. 한동훈 법무장관 재직 당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한 법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복구하려던 시도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 정도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처럼 시행령 정치의 폭주는 계속되었다.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또한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시행령 폭거의 일환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주문을 기억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은 헌법재판을 통해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담보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헌법재판소임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2024년 5월,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판결로 또 다시 역사적 평가를 받을 때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법률 뿐 아니라 공공성의 기반이 뒤흔들린 시행령 정치를 헌법재판소가 묵과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편에선 임기 내내 다수당이 되지 못한 국회를 향해 끊임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다른 편에선 국무회의를 통해 입법권을 침해할 시행령 개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것이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헌법재판소에 호소한다. 임박한 공영방송 수신료 헌법소원 판결은 수많은 헌법소원심판 중 한 건이 결코 아니다. 2017년 3월처럼 헌정 질서의 최후 보루로서 주어진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정당히 행사하길 당부한다.
2024년 5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