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헌재의 결정은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헌재의 결정은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어제(30일)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해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강행했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개정에 대한 헌법소원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헌재의 결정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신호탄이었던 수신료 분리 징수에 면죄부를 준 것이 결코 아님을 분명히 한다. 헌재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의 재정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으나 “수신료 외의 방송광고수입이나 국가 보조금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사인이나 국가에 의한 영향력이 증가하여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헌재는 수신료 제도에 관련하여 “공론화 및 여론의 수렴을 통하여 입법부가 수신료의 증액이나 징수 범위 등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명시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를 통한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 훼손은 30년 동안 수신료 제도를 정치적 공방으로 만들어 온 정치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어떤 정권에서든 여당의 수신료 인상에 야당은 공영방송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반대해 오며 ‘제도’가 아닌 ‘정쟁’으로 다뤄왔다. 공영방송 이사회와 경영진 또한 임기내 성과에만 매몰되어 수신료의 공적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했고 안정적인 제도 수립을 방치해 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 박민 KBS 사장은 한 술 더 떠 이번 분리 징수 사태를 방관해 왔을 뿐 아니라 한국전력과의 수신료 위탁계약 종료에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
결국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왜 공영방송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지를 거꾸로 증명한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이사회와 사장이 교체되는 불안정성은 윤석열 정권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공적 재원의 해체까지 불러왔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이 있었다면, 사장을 쫓아내고 내부의 분열을 조장한 대통령의 한 마디로 미디어 공공성의 핵심재원이 파탄 나는 사태가 가능했겠는가.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재원에 대한 상업광고와 국가보조금의 비율 증가가 자본과 국가에 의한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헌재의 판결을 똑바로 읽기 바란다. 수신료 분리 징수와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 안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윤석열 정권과 22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강행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왜 필요한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22대 국회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방송3법을 신속히 처리하라.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만이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길이며, 시민의 신뢰만이 수신료의 안정성을 보장할 토대다.
하나. 헌재가 주문한 수신료의 증액이나 징수 범위 개선의 몫은 국회에 있다. 수신료 제도의 취약함은 공영방송 재원 뿐 현재 미디어 규제•진흥체제가 얼마나 낡았는지 보여주는 일례일 뿐이다. 수신료 문제를 포함해 공공 미디어의 재원을 확대하고 안정시킬 기구, 즉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2대 국회에 제안한 미디어개혁특별위원회가 왜 필요한지 이번 헌재 판결로 더욱 명확해 졌다.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우리는 미디어 공공성과 시민의 알 권리,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걸어온 역사의 장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22대 국회와 대통령실이 답할 시간이다.
2024년 5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