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방송장악 제물로 전락한 방통위원장, 윤석열 정권의 오기는 명을 재촉할 뿐이다.
오늘(2일)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에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보고되기 직전, 자진 사퇴했다. 지난 6월 28일 공영방송사 이사진 선임 계획에 대한 2인 의결을 강행한지 나흘만이다. 불법적 2인 체제 방통위를 주도하며 불법적 의결들을 해온 김홍일이 8월로 다가온 공영방송 이사진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탄핵 위기에 몰리자, 정권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해놓고 줄행랑을 쳤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정황이다.
이동관의 말로와 꼭 닮은 꼴이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기술자였던 그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행동대장 노릇을 자처했으나, 탄핵 위기에 몰리자 황급히 사퇴한 바 있다. 검사 출신으로 방송・통신에 관한 경력이 전무했던 당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동관이 남기고 간 불명예의 멍에를 기꺼이 뒤집어 썼다. 그를 임명할 정당성을 도저히 발견할 수 없었던 정권이 ‘세 동생을 키워낸 소년 가장’이라며 그를 소개할 때에는 언론계와 국민들 모두 실소를 금치 못했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또다시 불명예스러운 자진 사퇴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써 최근 13개월 여 동안, 직무대행을 포함해 방통위는 7차례나 수장이 바뀌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 근본원인은 방통위를 방송통신 정책을 논의하는 합의제 기구가 아니라 언론탄압의 도구로 삼고 위원장 자리는 방송장악 제물로 여기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김홍일의 자진 사퇴가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방통위를 매개로 KBS, YTN을 장악한 윤석열 정권이 MBC까지 ‘먹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김홍일 사퇴 이후 윤석열 정권은 후임자로 또 한명의 언론장악 전과자를 방통위원장에 내리꽂으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회 청문회와 인사검증 따위는 방송장악의 목표 앞에 거추장스런 장애물에 불과하다. 이어 극우 친윤 인사들로 방문진 이사진을 채운 뒤 ‘MBC판 박민’을 사장으로 앉히고 MBC 민영화까지 추진하려 할 것이다.
둘째,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방송3법 개정안의 정당성과 시급성이 더 강화되었다. 김홍일의 사퇴는 규정 한 줄 없는 관행에 따라 여권 다수, 야권 소수로 임명되어온 현행 방송법은 ‘집권당 방송장악법’임이 더욱 명백해졌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이번 방송3법 개정안의 방향성이 옳다는 점, 현재로서는 여야의 공영방송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임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동관에 이어 김홍일의 꼼수사퇴로 이제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오기, 언론탄압 광기, 반민주적 역행을 모를 국민이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주권자의 뜻을 거스른 권력의 오기는 스스로 명을 재촉할 뿐이다.
역사가 증명하는 언론탄압 권력의 불행한 말로를 지금이라도 회피하는 길은 윤석열 정권이 불법적 방통위 체제를 동원한 공영방송 장악극을 중단하고, 방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전향적인 자세로 동참하는 것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양심적 언론 노동자들과 주권자인 국민에게 남은 선택은 윤석열 정권을 단호하게 단죄하는 것뿐이다.
2024년 7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