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방송장악도 모자라 이제 포털장악인가? 

2024-08-14     언론노조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13일(화) 국민의힘이 또 ‘포털 불공정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상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9인의 ‘미디어특별위원회'을 구성하며 포털 공정성을 다루겠다고 했으나 이조차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올해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작년 6월 ‘포털TF’(위원장 김장겸)을 만들어 “향후 포털로 인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권익침해 문제를 해결하고, 가짜뉴스 및 선정적·자극적 보도를 야기하는 포털뉴스 시스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2020년 9월에는 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 문자 메시지 건으로 정부여당의 포털 개입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포털공정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강민국 위원장이 이번 TF 출범에서 밝힌 "플랫폼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소상공인 위에 군림하지만, 소비자 피해는 방관하는 편향된 뉴스 플랫폼이라는 국민 여론이 쏟아졌다"는 평가는 4년 전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한 TF가 몇 년 째 같은 목적을 내세우며 이름만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그 TF의 목적이 실현불가능하거나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 ‘다른 목적'이 무엇인지는 TF의 모태인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에 나와있다. 이 성명에서는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MBC본부가 대주주인 <미디어오늘>’, ‘KBS와 MBC 해직자가 주도해 만든 <뉴스타파>’, ‘좌편향 미디어 게릴라를 지향해 설립된 <오마이뉴스>’가 네이버 CP(콘텐츠 제휴사)인 반면 ‘우편향 매체라 불릴 만한 인터넷 매체는 <데일리안>이 유일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으로 미디어특위는 이번 TF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혔다. ‘(네이버가) 좌편향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고 있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 행태를 무너뜨려 ‘국내 미디어 생태계 균형 회복’을 하겠다는 목표다. ‘좌편향', ‘균형 회복'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KBS 이사회, 그리고 장악의 수순에 들어간 방송문화진흥회와 같이 비판 언론을 퇴출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만을 독자로 삼는 뉴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방송장악으로 망가진 KBS에서 조악한 극우적 역사왜곡 콘텐츠가 편성되고, 대통령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조공방송'을 다양성과 편성 독립성이라고 우겨대는 일을 포털에서도 벌이겠다는 망상이 집권 여당의 미디어정책을 지배하고 있다. 장악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망가뜨리거나.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과 짝을 이룬 여당의 TF는 그 의도와 목적이 너무 투명해 순진무구해 보이기까지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민의힘에게 제대로 된 특위의 제안을 드린다. 이미 수 차례 만들고도 ‘성과’를 못낸 TF와 특위 쇼(show)는 이제 그만 하시라.  그 대신 시대착오적 인물과 퇴행적 사고로 점철된 방송장악부터 걷어치우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대안부터 내놓기 바란다. 방송법 거부의 명분으로 삼은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는 미디어 생태계의 혼란을 부를 포털 정책의 재정립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개혁특위’를 국회 내에서 여야 합의로 설치해 합의안을 도출하자는 언론노조의 제안을 수용하면 자연스레 풀릴 일이다. 

국민의힘이 민주공화국의 제대로 된 집권당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온갖 말도 안되는 언론,미디어 관련 특위와 TF부터 해체해고 총선참패를 자초한 방송장악과 언론탄압 주구 노릇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2024년 8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