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리 모두가 이용마다.

이용마 기자 5주기 추도 성명

2024-08-21     언론노조

우리 모두가 이용마다.

이용마 기자 5주기 추도 성명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아직도 이용마 기자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그가 떠난지 5년이 된 오늘. 추모는 떠난 이보다 세상에 남은 이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며 행위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책으로 그가 우리와 다음 세대에게 남긴 당부대로 세상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묻는다. 더 나아지기는커녕 어느 때보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지금, 그의 5주기는 더욱 사무치게 다가온다.

억압과 퇴행의 시대에 우리는 투사 이용마가 아니라 기자 이용마를 떠올린다.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기자, 삼성과 같이 누구도 보도하지 않던 성역을 궤뚫었던 기자, 스스로 권력이 된 언론에 침묵하지 않던 기자,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적폐 청산의 핵심이라 믿었던 기자 이용마를 말이다.

공영방송을 해체하고 언론인 뿐 아니라 말하고 들을 시민의 자유마저 틀어 막는 정권의 폭주에서 우리는 이용마 기자가 말했던 소수 기득권 체제의 민낯을 보고 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소수의 정치 세력들, 국민을 적과 동지로 나누려 하루가 멀다하고 ‘반국가세력’을 입에 올리고 급기야 독립운동의 흔적마저 지우려는 극우의 발흥이 바로 그들의 민낯이자 본색이다.

이용마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당부했던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란 말은 공영방송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오직 대통령만을 만들려는 정당, 국민과 멀어지고 있는 국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관료로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더 나은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그의 통찰은 적극적인 시민의 알권리와 참여를 요청했다.

그가 떠난지 5년. 그의 당부를 잊지 않기 위한 우리의 결의는 투사 이용마보다 기자 이용마와 같이 언론인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성찰에서 시작된다. 그의 추모일이 돌아 올 때마다 곁에 없는 그를 그리워만 할 수는 없다.

절망과 좌절에 흔들리기 쉬운 2024년 8월, 우리 모두가 이용마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