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남녀고용평등법 위에 군림하는 한국일보 경영진… ‘육아휴직’ 빌미 차별행위 즉각 중단하라
한국일보가 지난달 해외 연수 추천 대상자 선발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된 게 출산”, “육아휴직 때문에 적지 않은 공백이 있는 상황” 등을 거론하며 지원자를 탈락시킨 일이 드러났다. 그동안 한국일보가 보도를 통해 비판해 온 기업의 육아휴직자 차별 행위를 스스로 저지른 것으로,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지난달 29일 이뤄진 해외 연수자 추천 대상자 선발 면접에서 한국일보 이성철 사장은 지원자인 A 기자에게 ‘최근 육아휴직으로 인한 공백이 많았다. 연수보다 계속 업무를 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 연차에서 연수를 다녀오면 갈 수 있는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회사 입장에서도 연수 다녀온 A씨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몰라 난감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 6일 김영화 뉴스룸 국장은 A 기자에게 “가장 걸림돌이 된 게 출산, 육아휴직 때문에 적지 않은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연수라는 자발적인 업무 중단을 다시 받아들여 주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며 “지금은 현업에서 더 집중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탈락 사유를 전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는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런데도 경영진은 A 기자의 육아휴직을 사유로 연수 기회를 박탈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경력 공백을 우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모든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행위이다. 이번 일이 한국일보의 사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넘어 우리 언론계 성평등 의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태’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다른 사람과 같은 조건이 아니다’라는 경영진의 발언은 조직 내 성평등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는 오히려 경력 단절이 개인의 책임인 양 비치게 해 모든 직원이 안전하게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저널리즘의 가치에서 공정성과 평등을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경영진은 공정한 평가와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육아휴직을 이유로 차별적 결정을 내리는 구태를 보였다. 경영진은 모든 노동자들이 동등한 기회를 얻고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남녀고용평등법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아울러 육아휴직을 통한 경력 단절은 대부분 여성 언론인이 직면하는 현실이다. 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는 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한국일보 경영진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차별 행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24년 9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