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제지 3사 ‘신문용지대 담합’ 시인, 공정위는 '경제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라
어제(10월 30일) 전주페이퍼, 페이퍼코리아, 대한제지 등 제지 3사의 신문용지대 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위원장 한기정) 전원회의가 열렸다. 2022년 11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제지 3사를 담합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지 2년 만이다.
당시 언론노조는 제지 3사가 신문사에 일제히 행한 가격 인상 조치와 이를 수용하지 않는 신문사에 취한 용지 감량 공급 등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언론노조가 제기한 담합 의혹 전체가 사실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제지 3사 관계자들은 마치 첩보작전을 하듯 서울시청 주변 등 여러 장소에서 만나며 용지대 가격 인상 담합을 공모하고 감량 조치 등 신문사 압박 수단을 강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 그 공모에 따라 실제로 용지대 가격이 일제히 올랐고, 이에 저항하는 신문사에는 물량 감량을 시도했다.
이날 피심인으로 출석한 제지 3사는 담합 행위 일체를 인정하면서도 담합이 ‘신문용지 산업의 점진적 쇠락’, ‘원재료비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오히려 신문사가 ‘우월적 지위’에 있기에 제지 3사의 담합 행위는 그에 맞서는 ‘대항 카르텔’로서의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원회의에 참석한 심사위원들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저지른 제지 3사의 ‘변명’에 ‘질타’에 가까운 질의를 쏟아냈다. 감량 공급 등 압박 조치를 할 수 있는 제지 3사가 어떻게 대항 카르텔일 수 있느냐는 반문도 나왔다. 결국 공정위 심사관은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포함한 조치의견을 발표했다.
제지업계의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에는 신문용지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2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2016년에도 인쇄고지와 신문고지 구매 담합과 관련해 193억여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제지업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용지 시장과 나아가 신문 인쇄 시장을 좌지우지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방증이다.
언론노조는 가뜩이나 생존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을 벼랑으로 몰고, 신문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한 제지업계의 담합 행위을 강하게 규탄한다. 아울러 상황이 이런데도 개별 신문사의 유불리, 협회의 입장만 따지며 적절한 대응 대신 뒷짐만 진 사용자 단체들에 유감을 표한다. 이번 담합 혐의는 언론노조 신문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론화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용지대 인상을 빌미로 신문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 했던 일부 사용자들의 작태에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
공정위에 요구한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그 목적이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에 있다.
공정위는 이 조문을 되새기라.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제지 3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통해 공정거래법의 엄중함을 스스로 보여주길 당부한다. ‘경제 검찰’ 공정위가 솜방망이 제재로 ‘자본 봐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길 바란다.
2024년 10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