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소리없는 계엄’에 사로잡힌 포털은 새로운 공론장 형성에 나서라

2024-12-24     언론노조

오늘(24일)로 카카오 뉴스서비스의 입점 심사 신청이 마감된다. 지난해 5월 국민의힘의 ‘좌파 단체’ 낙인찍기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가동이 멈춘 지 1년 반 만에 개시된 것이다.

 

카카오의 세부 입점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날은 공교롭게도 12·3계엄 선포 전날인 12월 2일이었다. 

그날 이후 서울 여의도와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과 응원봉의 파도가 출렁였고 수많은 기자가 현장과 편집국에서 밤을 지새웠다. 경남·전남도청에서 출발하여 남태령에서 경찰의 차벽에 막힐 때까지 전봉준 투쟁단의 소식을 꾸준히 전한 곳은 지역 언론이었다. 21·22일 남태령에 농민 투쟁단과 함께 연대한 이들 중에는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노인, 도시빈민들이 다수였다. 12월 3일 이후 오늘까지 우리는 언론이 어떤 공론장을 만들어야 하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새롭게 구성되고 부상한 공론장은 카카오가 발표한 언론사 채널 입점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구시대의 틀에 갇혀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특히 입점 심사 자격을 언론사 소속 기자의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두 곳의 가입 여부로 좁힌 것이 대표적이다. 뉴스의 공정성과 심층성을 확인할 유관단체 가입 범위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을 포함시킬 수도 있었다. 언론노조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단체협약으로 노사가 편집위원회와 관련 규약을 체결하고 편집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성, 다양성, 전문성을 갖춘 중소 언론사 노동조합도 가입해 있다.

 

입점 심사 신청이 마감되지만 심사 이후 구성될 카카오 뉴스서비스가 새로운 공론장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 뒤 제평위을 향한 정부 여당의 압박을 돌이켜보자.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12·3계엄 포고령 1호는 이미 2년 반 동안 포털 뉴스서비스를 점령해 온 소리 없는 계엄은 아니었는가? 12·3계엄이 본격 실행되었다면 카카오와 네이버는 너무도 쉽게 계엄사 통제의 최우선 순위에 올랐을 것이다.

 

카카오에 요구한다.

포털 뉴스가 용산과 여의도 중심성을 넘어 노동, 여성, 지역, 생태 등 여러 주제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강하고 알찬 언론사들이 입점할 기회를 보장하라. 보도자료와 남의 기사 베끼기를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들로 지면을 채우기 위해 분투하는 언론사들을 존중하라. 적어도 정당하게 심사에 응할 기회는 부여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도 기존 제평위 평가 항목 중 객관적으로 보도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들, 이를테면 탐사보도, 심층보도, 기자상 수상 이력, 기자 1인당 자체 기사 비율의 적정성 등을 평가 항목에 포함하여 다면적인 입점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언론노조는 카카오 입점 심사 결과뿐 아니라 네이버의 입점 심사 결과 또한 새로운 공론장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면밀히 따져 볼 것이다. 포털 뉴스판 광고시장의 위축, 기하급수적으로 난립한 인터넷 신문 시장, 정치권의 압박 등을 명분으로 한국 사회 의제 설정의 진입 장벽을 만들어 온 양대 포털은 새로운 민주주의 공론장의 형성에서 예외일 수 없다. 뉴스 콘텐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그 책임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2024년 12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