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내란 사태 앞에 더 이상 공영방송 정치독립 미룰 수 없다

2024-12-26     언론노조

언론은 윤석열과 총칼로 무장한 군인들이 획책한 내란 준동의 최우선 ‘수거대상’ 중 하나였다. 지난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12・3 내란사태’의 기획자로 의심받고 있는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씨의 수첩에는 언론인을 포함해 정치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 여러 수거대상이 적시되어 있었다. 나아가 이 수거대상에 대한 ‘수용 및 처리방법’도 언급되어 있었다고 한다. 내란이 성공했더라면 언론인들은 지하 벙커에 끌려가 고문당하고 감금되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언론 가운데 공영방송은 계엄군의 첫 먹잇감이 돼 윤석열 대통령을 ‘위대한 영도자’로, 친위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으로 찬양하는 내란선무방송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기실 이 나라 언론은, 특히 방송은 윤석열 정권 집권 이래 내란의 사전 정지 작업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범죄의 현장이었다. 윤석열은 ‘술 친구’ 박민과 ‘파우치’ 박장범을 내려보내 KBS를 장악했고, YTN은 무자격 자본에 팔아넘겨 장악을 외주화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극우관변단체 출신인 류희림을 앉혀 위헌적 국가검열로 비판언론을 입틀막했고,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스스로 언론통제 실무기구를 자처했을 것이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대한민국을 독재국가화 하려던 장기 프로젝트에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에, 내란의 종범들을 내려보내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핵심적인 선결과제였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싸워왔다. 그리고 국가공동체 붕괴와 민주주의 유린의 내란 범죄 앞에서, 우리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이 어떤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확인했다. 언론이 권력에 종속되어 그 감시 기능이 마비될 때, 권력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다시는 내란의 초동작전으로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공영방송 독립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이번에도 민주적 저력을 보여준 시민사회로 그 힘을 분산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당리당략에 따라 거부되고 미루어진 결과가 오늘의 내란 사태다. 다시는 내란 부역자들이 민주주의의 감시자인 공영방송에 발 붙일 수 없도록 제도적 방어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으로부터 민주 질서의 회복과 확장으로 나아가자. <끝>


2024년 12월 26일
국회의원 김우영·김현·노종면·박민규·이정헌·이준석·이해민·이훈기·정동영·조인철·한민수·황정아,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영상편집기자협회·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