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희대의 대국민 성희롱 저지른 이준석은 대통령 후보 자격 없다

2025-05-28     언론노조

[성명] 희대의 대국민 성희롱 저지른 이준석은

대통령 후보 자격 없다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는 국민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최대 축제이자, 국민 주권이 실현되는 가장 엄숙한 의식이다. 그중에서도 국가원수를 뽑는 대통령 선거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어제(27일) 오후 대선 후보 토론회를 보기 위해 TV 앞에 선 시민들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미래 지도자의 자질과 역량을 나름대로 저울질해보려 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며 방송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마주한 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끔찍한 대국민 성희롱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질문을 빙자해 성폭력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내뱉었다. 그저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심각한 성폭력 상황을 도구화한 것이다. 이  후보에게 이 땅의 성폭력 피해자들, 청소년을 포함한 다수의 시청자들이 느낄 충격과 분노, 모욕은 안중에 없었다.

비판이 쏟아지자 이준석 후보는 오늘(28일) 마지못해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고 사과드린다”면서도 “대선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가치관을 묻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고, 정치적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람들은 무고로 맞대응하겠다”고 강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이 후보의 대응 태도에도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어젯밤 시민들이 느낀 것은 결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었다.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대선 후보가 전국에 생방송되는 토론의 장에서 성희롱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을 수 있다는 데 대한 충격과 공포이었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성평등 의식이 이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깊은 좌절감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여성과 남성 뿐 아니라 장애와 비장애, 비정규 노동과 정규 노동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경계를 갈라치며 혐오를 퍼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성폭력 상황마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하고, 그 발언이 지닌 심각한 문제점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스스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다 우리 정치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 혁명, 빛의 혁명. 우리는 그 모든 역사를 거치며 민주주의가 성숙해왔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 정치는 오히려 더욱 극단화되고 험악해졌다. 차마 말로 옮기기 어려운 여성 혐오, 소수자 혐오, 외국인 혐오 발언이 난무한다. 대통령 후보로서 응당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위에 대한 믿음조차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2030 청년 여성들이 주도한 광장의 힘이 민주주의를 지켜냈음에도, 대선 공약에선 성평등과 여성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광장에서 요구됐던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는 정치적 계산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 후보와 정당들은 더 이상 혐오에 침묵하거나 타협하지 말고 성평등과 민주주의를 선택해야 한다. 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명확하게 내놓고 사회적 합의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준석 후보의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언론인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현업단체는 2020년 1월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통해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의 혐오 표현을 더욱 엄격하고 비판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에 기반한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철저한 팩트체크를 거쳐 보도하겠다는 원칙도 천명했다. 아울러 언론노조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은 성차별적 표현의 직접 인용이나 젠더 기반 폭력 범죄의 폭력 양상을 불필요하게 상세히 묘사하는 데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의 성희롱 발언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시민의 고통이 증폭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2025년 5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