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현업단체 공동성명] '바이든-날리면'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025-07-22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현업단체 공동성명] '바이든-날리면'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조현 신임 외교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과 관련한 MBC 보도에 대해 외교부가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지난 21일 사과했다. 소송을 직접 제기한 외교부가 뒤늦게나마 자신들의 조치가 부당했음을 인정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외교부를 이 사안의 총체적 책임을 질 주체로 보기 어렵고, 이번 사과로 윤석열 정부 언론 탄압의 상징적 사건을 매듭짓게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외교부는 비속어 발언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언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어느 직원이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했겠느냐”는 조 장관의 언급은 오히려 당시 대통령실의 지시 여부와 그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함을 보여준다. MBC를 포함한 사실상 전 언론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한 근거는 무엇인지, 대통령실이 실시했다고 밝힌 음성 분석 결과는 왜 공개되지 않았는지도 이제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단지 비속어 논란이 아니라, 그 이후 벌어진 ‘진실 은폐’의 흐름에 있다. 특히 김은혜 당시 홍보수석이 ‘날리면’ 해명을 내놓기까지 16시간 동안 대통령실 내부에서 어떤 논의와 결정이 오갔는지 그 진상이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 비서관은 영상기자단에 '영상을 어떻게 해 줄 수 없겠느냐'고 사실상 삭제를 요구했고,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단에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와 연결하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 방송 메인뉴스와 조간신문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뒤에도 대통령실은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돌연 '날리면으로 들린다'는 김 수석의 듣기평가식 브리핑이 등장했다. 그 사이 또다른 'VIP 격노’는 없었는지, 왜 갑자기 입장이 전환됐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MBC에 집중된 탄압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음을 지적한다. 대통령실은 당시 관련 보도를 낸 140여 개 매체 가운데 유독 MBC에만 공문을 보내 보도 경위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뒤이어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단체 등 12곳이 MBC 사장, 보도국장, 기자들을 무더기 형사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소환 조사와 통신 기록 확보 시도까지 벌였다. 국민의힘은 공개 회의에서 MBC에 대한 광고 중단을 언급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과징금 3천만 원이라는 최고 수위의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특정 언론에 대한 '좌표 찍기'를 통해 언론계 전반에 위축 효과를 노린 정치적 시나리오였다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우리는 촉구한다. 국회와 국정기획위원회 등 관계 당국은 ‘바이든-날리면’ 사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단지 외교부 장관의 사과 한 마디로 이 사안이 마무리되어선 안 된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정권 차원의 기획과 집행 여부를 명백히 밝혀내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진실은 은폐될 수 없으며, 그 책임은 끝까지 물어야 한다.

 

2025년 7월 22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영상편집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