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故오요안나 유족·MBC 합의, 비정규직 현실 바꿀 첫걸음이 돼야 한다

2025-10-15     언론노조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명예를 회복하고, 조직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합의가 오늘(15일) 오요안나 씨 유족과 MBC 사측 간에 체결됐다. 오요안나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3개월, 그의 어머니가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28일 만에 이뤄진 이번 합의는 늦게나마 유족의 상처를 위로하고 제도 개선을 이끌어갈 첫걸음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이번 합의가 방송사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요안나 씨가 MBC에 첫 출근하던 날, 그는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20대 청년이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눈물짓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브이로그 영상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러나 MBC에서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 너무나 달랐다. 불합리한 처우와 반복된 괴롭힘 속에서 깊은 상처를 입은 끝에, 그는 끝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렇기에 이 사안은 결코 한 사람의 비극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낡은 조직문화와 불공정한 제도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젊은 노동자들의 문제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직시하고, 근본적 변화를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

 

MBC 사측은 이날 유족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고인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제도 개선 방안을 약속했다. 또한 사내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기상캐스터 직무를 대체할 정규직 ‘기상기후전문가’ 직무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MBC가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가 밝혔듯, 이제 MBC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그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할 것이다.

 

고인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제도적 공백 속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법과 제도가 현실의 노동환경을 반영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언론노조는 오요안나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방송 노동자가 차별 없이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2025년 10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