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법사위의 정보통신망법 개악을 규탄한다
법사위의 정보통신망법 개악을 규탄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어제(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의 법적 기능은 법률안의 체계와 형식, 자구 심사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어제 법사위는 불과 한 시간여 논의 끝에 개정안의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전면 수정했다.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허위정보와 조작정보로 나누고, 이 정보들이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면 ‘유통 금지’의 대상으로 삼았다. 과방위 안의 허위조작정보 개념에서 ‘허위정보와 법익 침해 여부를 알았음에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된 정보’란 요건을 삭제한 것이다.
허위조작정보의 개념 정의는 이 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9월부터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었다. ‘허위조작정보’를 법률로 규율한 해외 입법례가 없을뿐더러 그 모호성 때문에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에 ‘허위여부/법익 침해/고의와 해할 의도’를 모두 담아 요건을 최대한 엄격히 했고, 민주당 과방위 역시 법 개정 과정에서 이 부분을 크게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논의 과정이 무색하게 법사위가 기본 개념을 뒤바꿔 버린 것이다.
특히, 법사위 개정 과정에서 단순 허위 정보도 유통금지의 대상이 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민주당은 앞서 시민사회의 지적에 대해 “단순 허위정보는 유통 금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을 수정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법사위 안에 따르면, 단순 착오나 오인, 실수로 인한 허위 정보 역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유통 금지의 대상에 포함된다. 언론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언론을 제외한 유튜버의 경우엔 단순 허위정보만 유통해도 플랫폼 사업자들을 통해 정보 삭제와 계정 정지, 광고 수익 제한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토록 한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허위정보를 유통 금지’시킨 이번 법사위 안은 위헌 소지까지 안게 됐다.
또한 법사위는 과방위 안에 담겼던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수정해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사실 적시’는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도 다시 ‘반의사불벌죄’로 약화시켰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는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사안이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은 대통령 공약 사안이다. 이는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핵심 요구 사안이기도 했다. 그런데, 법사위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되돌린 것이다. 형법과의 정합성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형법을 빠르게 개정하면 될 일이지,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되돌릴 이유는 없었다.
법사위는 방송법 제33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규정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초 과방위는 방미심위 심의 대상 중 ‘양성평등에 관한 사항’을 시대적 요구에 맞춰 ‘성평등 및 성다양성 존중에 관한 사항’으로 개정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일부 법사위원 주장을 받아들여 원래대로 ‘양성평등에 관한 사항’으로 되돌린 것이다. 법사위에 묻는다. 성평등 및 성다양성이 방송에서 존중받아야 할 사안이 아닌 것인가.
언론노조는 법사위의 권한을 뛰어넘는 법 개악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 기존 과방위 개정안은 ‘권력자의 징벌적 손배 청구 제한’이라는 언론계 핵심 요구는 반영하지 못했지만, 핵심적으로 논란이 됐던 여러 조항들을 수정한 안이었다. 그런데 법사위는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어 법안의 핵심 내용을 뒤엎었다. 규제 대상은 오히려 넓히고, 개혁 조항은 후퇴시켰다. 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것들을 허언으로 만들었다. 졸속 입법이란 외부의 숱한 비판을 민주당 스스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언론노조는 본회의 통과 전까지, 개악된 조항들을 전면 복원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시민사회의 여러 지적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따져보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요소들을 최대한 걷어낼 것을 요구한다. 법 개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5년 12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