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호]옷벗고 싸우는 TV 강력한 제재 필요

2000-08-09     kfpu

한국 방송의 선정·폭력성은 박지원 장관의 '월권' 논란을 촉발시키기는 했으나 방송사 자체의 시청률 경쟁에 따른 문제점이 더 큰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주간 신문보도에 따르면 시청률 경쟁에서 비롯된 방송사들의 '위험한 승부'가 오락과 드라마, 시사프로를 가리지 않고 안방을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역시 주말 가족프로그램.
KBS2TV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과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는 여름을 맞아 아예 촬영장소를 수영장으로 옮겨 비키니 차림 일색의 여성출연자들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특히 MBC '일요일밤에'는 지난 30일 방송에서 다이빙을 한 출연자의 수영복이 말려 올라가 가슴이 노출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같은 주말 SBS '이홍렬의 TV 대발견'에서도 '대발견 격투기'와 '미인 만들기' 코너를 연달아 방송하면서 폭력성과 선정성의 두 분야를 모두 석권했다는 지적이다. 보호장비 없이 상대편을 가격하고 팔·다리를 꺾는 섬뜩한 장면을 10여분 동안 방송한 것은 물론, 외국 미인대회 출전자들이 실리콘과 패드로 가슴과 엉덩이를 두드러지게 연출하는 방법을 시시콜콜 알려 준 것이다.
선정·폭력성 문제는 드라마와 시사프로, 뉴스도 마찬가지.
SBS 뉴스추적은 인터넷 성인방송의 문제를 보도하면서 여자진행자가 치마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방송했고, MBC 아침정보프로 '아주 특별한 아침'은 속옷 패션쇼를 취재하며 여성의 특정부위를 근접촬영으로 장시간 내보냈다.
KBS 드라마 'RNA'는 폭력배가 쇠파이프로 얼굴과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을 장시간 방송했으며, SBS 드라마 '불꽃'은 남녀가 호텔 방에서 서로 옷을 벗기는 장면을 어린이 시청시간대에 예고 방송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성인전용사이트를 고발하며 도메인 주소를 노출해 오히려 접속을 조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올들어 방송 3사 4개 채널이 선정성에 대해 방송위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MBC가 10건, SBS가 6건이고 폭력성에 대한 제재조치는 KBS가 9건을 차지했다.
그러나 방송위의 처벌이 사후심의인 관계로 사후약방문 식이라는 지적이다. 각 사가 벌이는 사전심의도 대본심사로 이뤄져 형식적이다.
따라서 방송의 선정·폭력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에서 벗어나 방송의 공공성을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방송위도 한층 정교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 제재의 실질적 효과를 재고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언론노보 287호(2000.8.9)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