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호]CBS 파업 '초읽기'
2000-09-27 kfpu
18일 조정신청, 27일 파업찬반투표노조 "권사장 기금 불법 유용" 고소CBS노동조합(위원장 민경중)이 권호경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고, 파업찬반투표를 벌이는 등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노조는 지난 20일 권 사장을 비롯, 조영훈 전 총무국장(현 대전방송 본부장), 안윤석 총무국장, 백창기 총무국 직원 등 4명을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혐의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고소했다. 노조는 고소장에서 "회사가 노사 동수로 구성된 복지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출토록 규정돼 있는 노사복지기금 3억6십만원을 지난 97년 6월부터 99년 3월 까지 10차례에 걸쳐 불법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사측이 기금 불법 유용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잠시 빌려 썼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경영진의 부도덕성을 강하게 비판했다.민 위원장은 "단 돈 몇 만원에 대해서도 일일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 사장인 만큼, 노사복지기금도 권사장의 직접 지시나 묵인, 방조 속에 무단인출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라고 밝혔다.한편 노조는 올 임단협 결렬에 따라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 27부터 이틀간 파업찬반투표를 벌여 다음달 5일 전면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 산별조직전환 투표도 함께 진행한다.노조와 연맹교섭단은 지난 5일 임단협 전체회의서 ▲임금 총액 28% 인상 ▲ 노사 동수 인사위원회 구성 ▲공정방송윤리규정 신설 ▲보도·편성·기술국장 추천제 및 1년 뒤 중간평가제 실시 등의 쟁점에 합의하지 못해 결렬을 선언했었다.46년 정론 먹칠 권사장 퇴진250일 준비한 마지막 일격지난 1월 27일 '권호경 사장 퇴진을 통한 CBS 살리기 운동'으로 시작해 오늘로 244일째를 맞은 CBS 투쟁의 목적은 '공정방송 실현'이었다.권호경 사장이 지난 1월 22일 새천년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에게 보낸 '축 총선승리' 화분에서 시작한 CBS 사태는 권 사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보낸 충성편지와 노조와해문건, 권 사장 판공비 과다지출 사실 등이 폭로되면서 '권력굴신, 노조탄압 권 사장 퇴진과 CBS 살리기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어 노조의 투쟁은 부장급 간부 28명이 사장 퇴진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언론노련은 물론 시민운동단체 연대투쟁으로 확산되면서 전체 언론운동의 주요사안으로 떠올랐다. 6월 들어 임단협이 시작되면서 언론노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각각 CBS노사로부터 임단협 교섭권을 위임받아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노조의 단협 요구는 노사 동수 인사위원회 구성, 보도·편성·기술국장 추천제 및 중간평가제 실시 등 사장·임원·간부 등의 불공정방송과 부적절한 행위, 굴욕적 처신을 직원들이 예방해야 한다는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CBS사태는 결국 임단협 결렬에 따른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민주언론 쟁취를 위한 전면전'이라는 가파른 외길로 치닫고 있다. 민 위원장은 "지난 15일 대의원대회에서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파업을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면서 "대의원들이 투옥를 각오한 강력한 투쟁을 결의했다"고 밝혔다.언론노련도 이번 사태를 '구시대적 언론사주로부터 방송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으로 규정, 적극적인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보 290호(2000.9.2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