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호]정론직필
2000-10-11 kfpu
연합뉴스와 CBS, KBS 그리고 언론재단이 파업 정국을 맞고 있다. 이 언론사의 노동조합들은 이미 파업에 돌입해 있거나, 파업을 결의한 상태이거나,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 각각의 회사들은 파업 정국을 맞는 이유를 따로 가지고 있으나, 한가지 공통점은 이 언론사들이 사장 또는 이사장 등 최고 책임자들과 관련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이 회사들처럼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 최고 경영자의 문제가 내연하고 있는 언론사가 MBC, 국민일보 등이다.이들 사장들이 조합원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이유는 낙하산, 독선 전횡, 무능 등으로 각각 다르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이들이 '자신들만의 정의'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들만의 정의'를 고집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안에서 노동조합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들을 견제, 감시할 수 있는 장치나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공통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외국 같으면 주주들이 제기할 독선 경영, 무능 경영 등의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불가피하게 짐을 지게 되는 불합리한 체제가 바로 우리나라 언론의 경영 체제인 것이다.언론 문제의 핵심은 지배구조의 민주화이다. 사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듯이 언론 기업 뿐 아니라 기업지배 구조의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 전체, 경제 전반에 걸쳐 있는 시급하고도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IMF 이후 일반 기업에서는 지배구조의 민주화, 구체적으로는 재벌 총수의 전횡 방지, 사외 이사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언론계에서는 기업지배구조의 민주화 문제가 족벌체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고 정부 소유 언론사에서도 큰 진척이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투명하게 선임된 사장, 경영 능력이 검증된 사장, 민주화된 사장이 언론사의 사장으로 선임되는 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언론노보 291호(2000.10.1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