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호]정론직필

2000-10-25     kfpu
지금 언론계에서 사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사람이 3사람 있다. 방송위원회의 김정기 위원장과 KBS의 박권상 사장 그리고 CBS의 권호경 사장이 그들이다.이들은 한때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해서 언론민주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이들이 퇴진요구를 받고 있을까? 언론노련은 이들이 퇴진요구를 받는 이유를 '도덕적 파시즘'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또 자신들의 선택이 지고지선이며 따라서 아무도 자신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기를 들 수 없다는 식의 독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군사정권 시절 너무나 옳은 명제였던 민주화의 길을 걸어 왔고 그러므로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행위는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따라서 '모두 옳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 파시즘'인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과 좀 '다른' 의견은 곧바로 악이며 따라서 타도 대상인 것이다. 이들은 또 설사 자신들이 좀 잘못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에 모두가 옳다고 하는 일을 했는데 지금 사소한 잘못이 좀 있다 한 들 무슨 큰 문제가 되는가 라는 사고 방식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유감스럽지만 입으로는 민주화를 외쳤지만 자신들은 민주화되지 않았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이런 유형의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민주화를 권력 투쟁의 도구로 사용하며 자신들은 그 도구를 독점하면서 권력을 쟁취하고 정작 스스로는 권위주의의 화신이 된 인물들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이들의 말로는 김영삼 전대통령이 보여 주듯이 '정신분열증적인 희극'이 될 것이다. 자신들의 2중성이 폭로되고 난 후에 그들에게 남는 것은 언행에 일관성이 없는 정신분열과 자신이 웃음거리인 줄도 모르는 비극적 코미디일 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저런 몰상식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닌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을 비웃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자들에게 애도를 표할 뿐이다. / 언로노보 292호(2000.10.25)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