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호]한국언론노동운동의 역사적 전환점

2000-11-25     언론노련
한국언론노동운동의 역사적 전환점언론산별노조 출범 의의와 전망자유언론투쟁 30년·언론노련 깃발 12년의 결실 권력·자본의 통제 뚫고나갈 거대 단일대오 형성자사이기주의 극복, 조직·교섭력 강화가 과제 드디어 언론 산별이 출범했다. 전체 노동운동의 침체 약화, 언론사간 무한경쟁, 종사자의 개인주의적 정서 등 최악의 조건속에서 산별노조가 출범했다는 것은 자체로 의미가 크다. 이로써 언론노동운동은 기존의 노동조합과는 질적으로 다른 노동운동을 전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언론 산별은 무엇보다도 지난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성과에 힘입었다. 특히 98년 2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출범은 언론 산별을 앞당기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언론 산별의 출범, 그리고 강력한 투쟁을 통한 실질적인 산별노조의 완성이야말로 우리가 그들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산별노조로 가는 길'은 간난신고(艱難辛苦)의 길이었다. 96년 방송단일노조의 좌절과 98년 조건부 합병 결의의 무산이 준 충격은 컸다. 그러나 그것은 산별노조를 향한 전진이었고 또한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98년 11월 제15차 정기 대의원대회는 산별 출범일을 확정했고, 그로부터 2년 동안의 지난한 '투쟁'을 통해 전국언론노조는 탄생했다. 언론 산별의 출범은 약화된 언론사 노조를 다시 세우는 동시에 향후 언론운동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특히 언론 산별의 출범은 우리 사회 최우선 과제인 언론개혁에 실질적인 힘을 싣게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언론자본의 횡포와 폐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언론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대절명의 과제이며, 또한 일회적이며 지사적인 언론운동 방식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산별노조는 대중적이며 지속적인 투쟁으로 언론개혁을 이루어낼 것이다. 산별노조의 출범으로 이를 위한 인적 물적 토대가 확보됐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언론 산별은 언론사 노사 관계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노조 가입에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이 용이해지고, 이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데 산별노조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교섭권이 산별노조 위원장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악성 사업장이나 전략적인 사업장은 언제든지 직접 집중 개입이 가능해진다. 교섭권이 산별 중앙에 있다는 것은 노사 관계의 축이 기업 단위에서 산별 단위로 이동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언론 산별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갓 태어난 산별노조를 안정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급하다. 먼저 조직전환에 따른 부분적인 혼란을 추스르고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따라서 내년 일년 또한 올해 못지 않은 나날이 될 것이다. 멀리는 조직체계의 정비와 산별교섭의 성사가 최대 과제이다. 기업지부를 모두 인정한 현재의 산별노조 조직으로는 산별노조라 할 수 없다. 이 상태론 기업별의식이나 종업원의식의 극복은 요원한 일인 것이다. 산별 중앙->광역 본부->지역 지부로 온전히 편재할 때, 산별은 조금씩 완성된다. 산별교섭 또한 멀고도 고단한 길이다. 우선 대각선교섭을 통해 악성 사업장이나 전략적인 사업장을 이겨야 한다. 법·제도의 변화도 함께 가야 한다. 산별교섭을 강제할 수 있을 때 산별노조는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온전한 산별노조를 만드는데 매진하자. / 언론노보 294호(2000.11.24)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