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호]디지털 방송을 해야 하는 이유
2000-12-08 언론노련
문효선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전 편집장최근 정부와 사회 시민단체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지상파 디지털화에 대한 논쟁은 기본적으로 지상파 디지털화 추진과 완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는 큰 틀에서 보면 관료의 권리와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입장에 서 있고, 사회 시민단체는 지상파 디지털화의 주체를 첫째로 시청자 그 다음으로 방송사, 산업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상호간 국가 이익에 합치되는 디지털화를 주장하지만 관료집단은 미국 방식을 중심으로, 시민 사회 단체는 세계를 무대로 국익을 도모하라고 주문하는 차이가 있다. 그러함에도 양자간 지상파 디지털화가 몰고 올 긍정적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상파를 디지털화하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첫째, 공공 재산인 전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압축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SDTV(기본형, 현 아날로그 화면 크기)급으로 동일한 대역폭 6Mhz에서 최소 4개까지 송출할 수 있다. HDTV(고화질 대형화면)급으로 추가 대역폭 확대 없이 동일한 대역폭으로 송출할 수 있다. 또한 유럽 방식의 SFN(단일 주파수 네트웍) 기능을 사용하면 단일 주파수로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어 전파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보다 많은 가용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고, 이 주파수 대를 생산성 있는 공공분야 또는 산업분야에 할당할 수 있다.둘째, 디지털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선명한 화면과 음향을 제공할 수 있다. 영상이나 음성을 디지털화하여 송출하기 때문에 주위 잡음에 강하고, 아날로그 신호 수신 때보다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변조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데, 미국 방식은 잡음에 강하나 산악지형이나 도심지역에서 수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미국 방식에 대한 현장 실험 결과도 도심 지역, 실내 수신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방식은 다른 나라에서 실험한 결과를 근거로 살펴보면, 도심지역이나 산악지역에서 훌륭한 수신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다. 변조 방식의 특성상 단순한 기술적 개선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를 뒤집을 만한 계기가 없을 것으로 국내외 대다수 엔지니어들이 전망하고 있다.셋째, 디지털 방송의 최대 장점은 많은 양의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은 일 방향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전환된다는 의미를 갔는다.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 고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다량 제공하고, 그들의 의견을 방송에 반영하거나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경직된 아날로그 방식의 방송 소프트웨어 구조가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과, 거의 무료로 각종 풍부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방송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넷째, 디지털 방송의 이동성에 있다.디지털 방송은 지금 아날로그보다 뛰어난 이동 수신 화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방식에는 이동 중 수신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으나, 유럽 방식은 현재 성공적으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이번 2000 컴덱 쇼에서 향후 무선통신 분야에서의 동영상,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을 하나의 소형 단말기를 통해서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장비가 대거 출시되었다.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컴퓨터 행사는 그야말로 무선 통신의 잔치였다. 디지털 방송은 바로 이 이동 송수신의 핵심에 서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방송방식 선정에 이동성 문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이다.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추진은 지금까지 열거한 몇몇 장점만이 전체를 포괄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다. 수많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균등한 정보 사회를 만드는 더 중요한 요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료들의 경직된 의식 구조와 일부 기업의 이익 놀음의 희생물로 이끌려가는 한 21세기 디지털 정보 강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무엇보다도 모든 장단점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정확한 절차와 검증을 거친 후, 국민들이 골고루 혜택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언론노보 295호(2000.12.6)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