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호]정론직필

2001-02-07     언론노련
독일의 울리히 벡(U. Beck)이란 사회학자는 경제적 세계화를 추진하는 기업과 자본의 의도를 "시장 무정부주의적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간파했다. 즉 '자본과 세금과 일자리"는 더 이상 국가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을 무한 증식하는 데 걸림돌인 위 세 가지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벗어버리겠다는 뜻이다. 이를 일컬어 '일자리 없는 자본주의, 세금 없는 자본주의"라 한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울리히 벡이 가슴 섬뜩하게 지적하는 점은 세계기업들이 산업 경제 생활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물질적 요건을, 즉 자본과 세금, 일자리 등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수중에 넣으려한다는 사실이다.(Beck 1997, 민주노동연구소 1998)세계화된 기업이 일자리와 세금을 벗어나기 위해 동원하는 논리가 바로 이윤과 이익이다. 무자비한 이윤 추구에 대한 저항을 줄이기 위해 동원한 제도가 바로 주주 자본주의, 주식 자본주의라고 한다. 기업을 운영하지 않는 일반인들을 모두 이익과 이윤의 장으로 끌어 들이는 제도인 것이다.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생활 방식은 당연히 전통적인 가치 체계와 충돌을 일으키고 결국은 산업 경제적인 문제가 사회 문화적 차원으로 확대돼 가는 것이다. 그래서 노암 촘스키같은 세계적인 석학도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적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민중의 행동주의"를 요청하기까지에 이른 것이다.최근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국가와 언론 그리고 시민 사회가 각각 입장을 달리하면서 그 당위성과 부당성을 두고 일대 갈등을 빚고 있다. 언론들이 스스로 세무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언론의 행태는 넓게 보면 '세금과 일자리'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해 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 국가의 통제를 넘어서고 더 나아가 사회전체를 수중에 넣으려는 의도가 그 안에 들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없다. 촘스키의 표현으로는 '경제적 폭력'에 해당된다. 촘스키의 '행동주의' 요청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언론노보 299호(2001.2.7)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