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호] 언론사 소유구조 제한의 정당성
2001-02-21 언론노련
언론개혁(2) 정간법 개정"언론"개념부터 법적으로 정확히 구사해야 되겠지만 우선 당장은 '언론발전' 또는 '언론제모습찾기'라 해도 무방할 일인데, 어쨌거나 이른바 언론개혁을 위한 각론적 방법론은 개정 정간법의 해당 조문을 통하여 구체되겠다.그런데 여기서 짚어볼점이 있다.이른바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논리 - "미국을 보라. 미국 언론을 보라. 언론에 대한 어떠한 타율규제도 있을 수 없다"는 그 구호가 과연 타당한지 여부이다. 이는 각론 정비작업에 앞선, 총론차원에서의 선결쟁점이다. 즉 언론사를 상대로 소유구조제한 등을 요구할 때 그 법리적 근거를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의 문제이다.뒤집어 보건대 이번의 언론 개혁요구가 과연 사회주의적 언론통제에 해당하는 좌파적 발상이요 음모인가이다.단언컨대, 미국식 자유언론의 낭만적 신화에만 아직껏 도취되어있는 이들 반대론자의 논지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헌법규범 및 헌법현실적 상이성을 전혀 준별치 못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각국헌법의 해당부분을 대조검토 해보자.미 - 수정헌법 제1조"Congress shall make no law…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the press…"한 - 제21조(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1항, 모든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3항,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독 - 제5조(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권리)"1항, 누구든지 말, 글 그리고 그림으로써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하고 전파하며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방해를 받지않고 정보를 얻을 권리를 갖는다. 신문(출판)의 자유와 방송 및 필름을 통한 보도의 자유는 보장된다. … 2항, 이 권리들은 일반법률의 조항 … 의하여 제한된다."불 - 인권선언 11조"사상과 여론의 자유는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중의 하나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은 법이 규정하는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쓰며 출판할 수 있다"일 - 제21조(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통신의 비밀)"1항, 집회결사와 언론출판등 여타일체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된다."간략히 설명컨대, 미국헌법의 경우는 「국가권력을 악으로 보는 야경국가관」아래서 "국가여, 부디 간섭말라"는 고전적 헌법관에 충실한다. 그러니 그 국가권력을 법률 형식으로 제도화하는 기관인 Congress(연방의회)더러 "언론(Speech + Press)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만들지 말라"고만 대못질을 쳐버린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말 않는다. 그러니 미국에서는 신문업체를 지원조장하는 "신문보전법"은 가능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정간법", "언론중재위원회", "반론권제도" 같은 언론규제법 자체가 아예 있을 수 없게된다. 반면, 한국헌법은 어떠한가."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우리 헌법스스로가 다시금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하는 양다리 방식이다. 사회적 법치국가의 적극적 실현을 헌법적 이념으로 삼는 한국이니만큼 국가의 법률 형식을 일정 한도에서 신뢰하게 된다. 그래서 "정간법 자체", "언론중재위원회", "반론권제도", "상호겸영제한"이 우리 헌법체계 속에 진작부터 수용되어 온 것이다.이는 독일기본법과 불란서 인권선언등 대륙법체계와 그 궤를 같이하는 발상법이다. 그래서 미국과는 다르게 독일에는 "신문(출판) 통계법"이 불란서에는 "언론(출판)법"이 따로 존재한다. 그리하여 "불란서의 1986년 언론법"에는 「종합일간지 시장점유율 30%제한」이라는 언론규제 조항(제11조)마저 나타난 것이다.그러니 「정간법 개정이라는 법률형식으로서 타율규제론 자체」는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는 이미 충분히 가능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속성 안에는, 분명, 민주적 여론 형성의 초석이 되는 우월적 지위가 있는만큼 이것이 함부로 침해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러므로 유의미하게 남겨지는 유일한 논점은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수단이 무엇이겠는지", 즉 "국가이성의 합리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한 그리고 분별력있는 접근방안 뿐이다.그러나 시장 실패의 최악 사례이자 언업자의 횡포가 극심한 한국적 독과점 신문시장이라고 한다면 언론의 자유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소유권 지분의 부분적 제한방식, 시장점유율 부분적 제한 방식, 편집규약제도 및 편집권의 공유배분 방식, 공동판매제 도입방식" 등등도 그 나름대로 능히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라해도 이들은, 비록 언론규제법제 형식은 아닐지언정, 반독점법적 규제형식으로 언론매체 겸영소유제한을 하고 있다.)한국헌법의 "언론" 개념을 축소시켜 오독하는 반대론자들의 두 번째 오해.이는 "언론의 자유라는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누구의 자유인가"라는 「언론자유의 주체」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언론(Expression)개념은 "Speech + Press"요, 독일의 경우는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상위개념아래서의 "신문(출판)의 자유"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도 "표현의 자유"안에 집회, 결사, 언론, 출판의 자유가 포섭되는 형식이다.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표현의 자유라는 상위개념을 명시함이없이 "언론의 자유"라고만 막연히 표현하고만데서 급기야는 반대론자들에게처럼 그 언론의 자유개념이 곧 언론기관이나 언론사업자의 자유인 듯 오해되고 말았다.그러나 내재적 법리해석상 우리헌법의 경우도 표현의 자유라는 상위개념에 속하는 하위 유형으로서 '언업자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될 뿐이다. 그러니 언론 자유의 주체론에 있어서 이것이 "언업자의 언업의 자유"이기 이전에 "국민 일반의 기본권"이라는 데에서 이번 언론개혁의 법리적 사회적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즉 이번 언론개혁은 언업자에게 사실상 빼앗긴 국민 개인의 언론의 자유를 다시금 되찾고자하는 열망에 다름아니다.박형상(변호사, 민변 언론위원)/ 언론노보 300호(2001.2.21)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