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권력과 재물을 탓하는자 그대가 목사인가

2001-04-18     언론노련
한길성결교회 김성현 목사가 권호경 사장에게 보내는 글좌시할 수 없습니다 목사라는 이름 때문에 늘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움을 느끼며 애쓰는 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상황을 보면서 더 이상 권호경 씨의 만행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굳혔습니다.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전 목사이기에 그래도 권호경 씨가 최소한의 양심과 과거의 수고로움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줄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권호경 씨는 이제 더 이상 목사라고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노조의 구호처럼 양떼를 굶기는 목자는 없다는 믿음으로 살아온 세월이 안타까울 뿐입니다.낮에는 프레스센터의 모임을 접으면서 비상사태라 명한 그 일로 인해 서울지역조합원더러 모이라고 하는 격문을 보았습니다. 저는 조합원은 아니지만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밖에서 잠시 보다가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 때가 4시 50분 경입니다. 그 때의 잠시 평화로워 보이는 시간 이후에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사실에 저는 가슴이 아픕니다. 제 한 몸이라도 던져서 막았어야 한다는 자괴감을 갖습니다.최소한 권호경 씨의 과거에 수고했음에 대해 인정하고 싶었고 그래서 부인하려 하지 않았던 것과 저의 고민스런 시간이 후회스럽습니다. 혹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여기더라도 끝없이 이어지는 자신에 대한 사퇴 종용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헤아리는 것이 목사라고 믿습니다.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것입니까?이제 저는 권호경 씨를 목사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그리 불러 달라고 애걸해도 말입니다. 목사는 명예나 재물이 아닌 하늘로부터 오는 그 무엇 때문에 사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가 믿는 바에 따르면 권호경 씨는 목사라 할 수 없습니다. 아마 역사의 기록에 권호경 씨의 패착이 두고두고 남을 것입니다.세상에 어떻게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서 사랑하는 직원을 그리 몰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정말 나쁜 인간 권호경입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간부들은 도대체 뭐하는 인간들입니까? 최소한의 양심도 없단 말입니까? 그런 인간들에게 지금까지 기독교방송을 맡겨왔다는 사실이 서글플 따름입니다. 더러운 인간들...이제 전 작은 존재일 뿐이지만 권호경 씨가 그 자리에서 물러가는 그날까지 싸우겠습니다. 목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그놈의 자존심(또는 자긍심)이 없다면 우리는 무얼 믿고 산단 말입니까? 더러운 인간 하나 때문에 제 살아가는 이유가 무참히 짓밟힐 수는 없습니다. 제 할 몫은 이제부터 권호경 씨의 퇴진입니다. 오로지 그것 하나를 위해 긴 시간 싸움에 나설 것입니다. 정말 더러운 인간 하나 때문에 숭고한 노력과 시간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말입니다.권호경 씨! 나 같으면 그 자리 얼른 털고 일어납니다. 생각 다시한번 해 보시지요. 잔챙이들 말 듣지 말고... 가슴에서 울려나는 그 세미한 음성을 들으시란 말입니다./ 언론노보 304호(2001.4.18) 3면